"은행 10곳서 퇴짜"… 월세 내몰리는 청년들
불법 건축물·전세사기 우려에
은행권 '다가구' 대출문턱 높여
집주인도 전세보단 월세 선호
대출 끊기며 청년 주거난 심화
"은행에 전세계약서와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까지 모두 챙겨갔는데 대출 안 나온다고 신용 대출을 권하네요. 불법건축물도 아니고 융자도 없는데 다가구주택이라 통과가 어렵다고 합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자취집이나 신혼집으로 다가구주택 전세 계약을 맺으려는 청년들이 대출 문제로 곤혹을 겪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주택 유형이 다가구주택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1인 가구인 청년 A씨는 "공인중개사와 선순위 보증금 규모도 확인하고 문제가 없어 계약서를 썼다"며 "은행 10군데를 돌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신혼집을 구하고 있는 B씨도 "다가구주택도 대출이 잘 나왔던 3~4년 전의 기억으로 계약을 했다가 계약금을 날릴 위기"라며 "다세대주택으로 다시 알아보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 등 빌라는 개별 등기가 돼 해당 호수의 권리관계 확인이 간편하다. 반면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를 하나의 주택으로 보기 때문에 다른 세입자들의 선순위 보증금 현황을 파악하기가 다소 어렵다. 또 무단 증축 등 불법 건축물에 대한 우려가 비교적 높다는 이유로 시중은행들은 전세대출 심사를 차단하거나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8월 28일부터 전세보증 심사에 이른바 '공시가 126% 룰'이 적용되면서 비아파트 세입자들의 전세보증 받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 '공시가격 126% 룰'은 임차보증금의 합이 주택 공시가격의 126%를 넘으면 주택금융공사(HF)가 보증을 거절하는 내용이다. 다가구주택은 빌라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가입이 어려워 HF 보증 의존도가 높은데, 주택가격과 공시가격의 차이가 크다 보니 많은 세입자들이 입주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차주가 원할 경우 최근 6개월 내 해당 주택의 감정평가금액을 주택가격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지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임대인들 사이에서도 전세 선호가 줄어드는 분위기다.
동작구 소재의 한 대학가 공인중개사는 "임대인들도 투룸 등 넓은 방이 아니라면 전세인 곳을 빼고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전세를 찾는 학생들은 애초에 다세대주택만 보여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전세 종말'을 가장 먼저 맞이할 주택 유형으로 다가구주택을 꼽고 있다.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서울 전세사기 피해가 다가구주택에 집중돼 있고, 다가구주택은 경매가 실행됐을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며 "그렇다 보니 대출 한도가 낮게 나오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가구주택의 전세 감소가 위험 매물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한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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