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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위 참사 속 한줄기 빛… 이한범, 김민재, 이기혁, '3실점 수비'가 증명한 희망 [2026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3경기 단 3실점, 2002년·2018년과 타이… 역대급 짠물 수비 과시한 '김민재와 아이들'
호날두 제친 폭격기 지워버린 이한범·멀티맨 이기혁… '센터백 세대교체' 완벽 성공
중원 세대교체, 윙백, 스트라이커 자원 발굴도 중요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 이한범이 수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 이한범이 수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48개국 중 34위. 한국 축구 역사에 뼈아픈 오점으로 남을 북중미 월드컵의 최종 성적표다. 빈공에 시달리며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2골을 넣는 데 그쳤고, 결국 짐을 싸야 했다.

하지만 온통 절망뿐인 잿빛 폐허 속에서도 분명히 건져 올린 수확이 있다. 바로 지독하게도 우리를 괴롭혀왔던 '국제대회 수비 불안'이라는 고질병을 어느정도 떨쳐냈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회 3경기에서 한국이 허용한 실점은 단 3골. 이는 우리가 4강 신화를 썼던 2002 한일 월드컵, 그리고 '카잔의 기적'을 일궜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소 실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김민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패스하고 있다.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김민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패스하고 있다.뉴스1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수비진은 근심의 대상이었다. 베테랑 센터백들의 노쇠화가 뚜렷했고, 조유민의 갑작스러운 부상 이탈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어깨는 한없이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180도 달랐다. '김민재와 아이들'로 재편된 스리백은 대회 내내 견고한 철벽을 쳤다.

가장 눈부신 발견은 오른쪽 스토퍼 이한범(미트윌란)이다. 빅클럽인 첼시와 리버풀의 스카우트 레이더망에 포착됐다는 현지 보도가 허풍이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특히 멕시코전에서는 사우디 리그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제치고 득점왕에 오른 특급 골잡이 훌리안 키뇨네스를 경기 내내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영리한 위치 선정과 과감한 볼 경합으로 상대 에이스의 드리블 돌파를 원천 봉쇄하며 차세대 수비 에이스의 등장을 알렸다.

이기혁과 마세코.연합뉴스
이기혁과 마세코.연합뉴스

왼쪽 스토퍼로 나선 이기혁(강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로테이션 자원으로 분류됐던 그는 엄청난 활동량과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무기로 조별리그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스리백의 한 축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정작 후배들을 이끈 수비의 핵 김민재는 "내가 끌고 간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기만 했을 뿐이다. 두 선수가 완벽하게 제 몫을 해냈다"며 공을 돌렸다.

물론 뼈아픈 과제는 명확하다. 황인범의 파트너를 찾지 못한 중원 조합의 한계, 그리고 좌우 윙백의 파괴력 부족은 다음 사령탑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여기에 손흥민의 자리를 대체할 원톱의 자리도 확실한 선수를 찾아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오현규와 조규성은 아직은 그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무득점으로 침묵했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지 않은 '캡틴' 손흥민과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이강인이 건재하다. 여기에 잉글랜드 무대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엄지성과 배준호, 최전방에서 저돌적인 움직임을 뽐낸 오현규까지. 젊고 날카로운 공격 자원들이 많이 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뉴스1

손흥민이 4년 뒤에는 지금과 같은 공격력을 뽐내지 못한다고 한들, 재능 넘치는 영건들과 조화를 이룬다면 파괴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핵심은 이 풍부한 자원들을 하나로 묶어낼 '세밀한 공격 전술'의 부재에 있었다.

후방의 문단속을 책임질 든든한 센터백 듀오를 발굴했고, 전방을 휘저을 젊은 피들도 확인했다. 처참한 34위의 충격 속에서도 한국 축구의 시선이 4년 뒤를 향할 수 있는 이유, 이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에 우리 축구의 내일이 달려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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