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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나가" 야유받은 새벽, "손흥민 사랑해" 박수 터진 새벽… 인천공항의 두 얼굴 [2026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1일 오전 4시 캡틴 손흥민·김승규·배준호 등 후발대 귀국 "수고했다" 팬들의 눈물 어린 연호 일렁 홍명보 감독 입국 땐 "돈 뱉고 나가" 걸개·야유 봇물… 극과 극 온도 차 1승 2패 34위 참사에도 "선수들은 무죄"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축구 팬들의 성난 화살이 어디를 겨누고 있는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의 공기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4위 광탈이라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고 돌아온 한국 축구대표팀이지만, 사령탑을 향한 잔혹한 분노는 사투를 벌인 선수단 앞에서는 따뜻한 위로의 눈물로 씻겨 내려갔다.

1일 오전 4시 25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A. '캡틴' 손흥민을 선두로 김승규, 송범근, 엄지성 등 대표팀의 중심축과 잔여 인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흰 티셔츠에 검은 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손흥민은 무겁게 가라앉은 무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어 4시 44분께는 이번 대회 수비진의 수확으로 꼽힌 이한범, 이기혁을 비롯해 배준호, 이동경 등 젊은 피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가 내놓은 "항공 좌석 확보가 어려웠다"는 기형적인 쪼개기 귀국 전술에 따라 사령탑과 본진이 찢어진 채 들어오는 씁쓸한 풍경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공항의 하이라이트는 전날과 너무나도 달랐던 팬들의 극단적인 반응이었다. 불과 24시간 전, 조기 탈락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홍명보 전 감독이 입국할 당시 공항은 아수라장이었다. 분노한 팬들은 '홍명보 돈 뱉고 나가', '멍청한 MB, 엔딩런' 등 수위 높은 걸개를 치켜들고 거친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선수단이 등장하자 야유는 순식간에 함성으로 바뀌었다. 새벽 이른 시간임에도 공항을 가득 메운 팬들은 "손흥민 사랑해요!", "선수들 화이팅!", "너무 잘했어요, 수고했어요"를 연호하며 환대했다. '재성 힘내' 같은 애정 어린 문구와 붉은 유니폼이 입국장을 수놓았다. 연신 쏟아지는 팬들의 격려에 만신창이가 된 전사들은 큰 표정 변화를 숨기면서도, 진심 어린 목례를 건네며 팬들의 마음에 에둘러 화답했다. 홍 전 감독과 함께 들어온 주앙 아로소 코치 등 수뇌부들에게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완벽한 대조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뉴스1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뉴스1

비록 체코전 2-1 역전승 이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내리 0-1로 자멸하며 32강 문턱에서 짐을 쌌지만, 팬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온몸을 던진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퇴색시키지 않았다.

동선 제안과 삼엄한 통제는 이틀 내내 같았지만, 사령탑을 향한 지탄과 주장을 향한 연호로 갈린 인천공항의 두 새벽. 리더십의 파산으로 끝난 34위 참사 속에서도 팬들이 보여준 이 위대한 품격과 한 줄기 위로는, 이제 암흑기에 접어든 한국 축구를 다시 일으켜 세울 유일한 불씨로 남게 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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