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레이저로 나무 베지 않고도 무게를 알아냈다 [언박싱 연구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48> 국민대 강완모 교수팀
도심 맞춤형 라이다 측정 기술 개발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지상 라이다(LiDAR) 장비에서 뻗어 나온 레이저가 도심 공원의 나무를 정밀 스캔하는 가상도. 나무를 베거나 훼손하지 않고도 복잡한 나뭇가지 구조를 3차원 그래픽으로 재현해 부피와 무게를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지상 라이다(LiDAR) 장비에서 뻗어 나온 레이저가 도심 공원의 나무를 정밀 스캔하는 가상도. 나무를 베거나 훼손하지 않고도 복잡한 나뭇가지 구조를 3차원 그래픽으로 재현해 부피와 무게를 정확히 계산해 낼 수 있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파이낸셜뉴스] 국민대학교 강완모 교수 연구팀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 국립세종수목원 도시생물보전실은 레이저 장비를 활용해 도심 속 나무를 베지 않고도 '바이오매스(수분을 뺀 나무 자체의 순수한 무게)'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모양이 제각각인 도심 나무의 무게를 정확히 측정함으로써, 향후 도심 녹지가 탄소를 얼마나 저장하는지 객관적으로 추정하는 바탕이 될 전망이다.

■ 도심 녹지 가꾸기 핵심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도심에 공원이나 정원을 가꿀 때, 나무들이 실제로 탄소를 얼마나 줄여주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수목원, 정원, 도시숲 등 도심 녹지 공간이 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데 핵심 도구가 된다.

나아가 정부나 지자체가 탄소중립 정책을 세울 때 신뢰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된다. 고가의 장비가 없는 현장에서도 이번 연구로 도출된 수식을 활용하면 도심 나무들의 무게를 손쉽게 예측할 수 있다.

■ 레이저로 나무 촬영

기존에는 나무의 크기와 무게를 알기 위해 산림을 기준으로 만든 식을 사용하거나, 나무를 직접 베어서 무게를 재는 파괴적인 방법을 써야 했다. 그러나 도심 속 정원의 나무들은 자라는 환경과 관리 방식이 산과 달라 기존 방식을 적용하면 오차가 컸고, 도심 나무를 함부로 벨 수도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국립세종수목원과 생활정원에 심어진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소나무, 칠엽수 등 대표 수종 4종(총 53그루)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땅 위에서 레이저를 쏘아 거리를 측정하는 '지상 라이다(LiDAR)' 장비를 사용해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다각도에서 입체 데이터를 수집했다.

■ 가상 나무로 무게 산출

컴퓨터 화면으로 옮겨진 나무는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3차원 입체 그래픽으로 재탄생했다. 연구진은 복잡하게 얽힌 나뭇가지와 줄기를 작은 원통 형태로 촘촘하게 이어 붙여 재현하는 'QSM 기법'을 적용했다. 이 가상 나무를 통해 실제 나무 개체별 부피를 정확하게 계산해 냈다.

이렇게 구한 부피에 나무 종류별 단단한 정도(목재기본밀도)를 적용하여 나무 한 그루가 가진 살아있는 무게(바이오매스)를 최종 산출했다. 그 결과, 단순히 나무의 키나 두께만 보던 기존 방식보다 나뭇가지가 퍼진 모양과 잎이 우거진 정도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새 수식이 도심 나무의 무게를 훨씬 더 높은 정확도로 설명해 냈다. 연구팀이 만든 새 수식대로 계산하면 실제 나무 무게와 최소 68%에서 최대 86%까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연구에 참여한 국민대 황세연 석사과정생은 "공간 구조가 복잡하고 수형 조건이 다양한 도심 녹지에서도 수목 구조 추출부터 탄소저장량 산정까지의 과정을 자동화해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지적정보학회지'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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