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틈타 계란값 담합…美 대형업체 3곳 적발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대형 계란 생산업체 3곳이 계란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업계 기준가격을 담합해 조작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와 17개 주 정부에 적발됐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값이 급등해 소비자 부담이 커졌던 시기에 가격을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업체들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5300만개의 계란을 기부하고 330만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미국 법무부와 17개 주 법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칼메인 푸즈(Cal-Maine Foods), 버소바(Versova), 힉먼스 에그 랜치(Hickman's Egg Ranch)가 2022년 6월부터 2025년 3월까지 계란 가격 벤치마크를 조작하기 위해 담합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가격정보업체 어너 배리(Urner Barry)가 발표하는 일일 계란 기준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높은 가격의 입찰을 제출했다. 어너 배리 가격은 미국 슈퍼마켓과 식당, 식품서비스 업체의 계약 가격 기준으로 널리 활용된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에그 클리어링하우스(Egg Clearinghouse) 거래소 입찰과 장외거래를 이용해 실제보다 수요가 많은 것처럼 꾸며 기준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2년 12월 글렌 힉먼 당시 힉먼스 최고경영자(CEO)가 칼메인과 버소바 경영진에게 "강한 가격으로, 일찍, 그리고 자주 입찰하라"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도 공개됐다. 이후 세 업체는 수십 건의 고가 입찰을 제출한 반면 다른 시장 참가자들의 입찰은 6건도 되지 않았고, 같은 날 어너 배리는 기준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한 계란값 폭등과 맞물려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수백만 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공급이 급감했고, 계란은 미국의 대표적인 생활물가 부담 품목으로 떠올랐다.
원자재 가격정보업체 엑스파나에 따르면 대형 A등급 계란 가격은 지난해 2월 12개들이 기준 8.5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올해 5월에는 2.19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국은 공급 부족만으로 가격 급등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법무부 수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도매 계란 가격이 급락하면서 가격 담합 의혹에 힘이 실렸다. 법무부는 매년 수십억개의 계란이 어너 배리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되는 만큼 기준가격이 인위적으로 오르면 그 부담은 슈퍼마켓과 외식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세 업체는 혐의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소송 장기화를 피하기 위해 합의안을 수용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이들은 총 5300만개의 계란을 푸드뱅크와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33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또 경쟁사와 가격이나 입찰 전략을 공유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반독점 준법감시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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