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보복대행 단서로 '변작 중계소' 포착…정성광 경감의 집요한 추적[넘버112]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금천경찰서 정성광 강력4팀장
텔레그램 방 분석 중 중계소 운영 정황 확인
"사소한 단서도 물고 늘어져야 실체 접근"

정성광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4팀장(경감). 사진=박성현 기자
정성광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4팀장(경감). 사진=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작은 단서라도 그냥 넘기면 다음 범죄는 보이지 않습니다. 끝까지 들여다봐야 또 다른 문이 열립니다."

정성광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4팀장(경감)은 1일 본지 인터뷰에서 "수사는 눈앞의 사건 처리에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은 범죄 구조까지 파고드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97년 경찰에 입직한 정 경감은 1999년 옛 서울 남부경찰서에서 형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 관악경찰서·방배경찰서 등을 거쳐 지난 4월 금천경찰서 강력4팀장으로 부임했다.

5명으로 구성된 강력4팀은 살인·강도 사건뿐 아니라 마약·스토킹 범죄 수사 지원까지 맡고 있다. 정 경감은 "금천은 노년층이 많은 주거지역과 가산디지털단지 같은 업무·상업지역이 함께 있어 생활형 절도부터 마약 관련 사건까지 치안 수요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작은 단서'가 실제 수사로 확장된 대표적 사례가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 사건이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는 해외 피싱 조직의 전화가 국내 '010' 번호처럼 표시되도록 장비를 설치한 거점이다.

강력4팀은 지난 5월 27일 중계소 관리책 2명을 검거한 뒤 지난달 5일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포폰 136대와 유심칩 395개 등을 이용해 전국 모텔을 옮겨 다니며 중계소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중계소는 노쇼사기 수법으로 39명에게서 11억원 상당을 가로채는 데 활용됐다.

이 사건 수사는 앞서 처리한 보복대행 사건에서 출발했다. 지난 2월 말 금천구 한 주거지 출입문에 래커칠이 되고 협박성 문구가 붙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강력4팀은 범행 후 차량으로 현장을 벗어난 용의자 2명의 행적을 추적해 먼저 붙잡고, 추가 공범까지 총 4명을 체포했다.

이후 이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보복대행 외 다른 범죄 정황이 드러났다. 정 경감은 "텔레그램을 열어보니 보복대행 지시방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보이스피싱이나 중계기 운영 관련 대화방이 즐비했다"며 "강력4팀은 이 가운데 중계기 운영방과 관련한 첩보를 확보한 뒤 관리책 추적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범죄 흔적이 보이는데 단순 보복대행 사건으로 끝낼 수는 없었다"며 "그 단서를 무시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우후죽순 생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파고들었다"고 밝혔다.

강력4팀은 제보와 통신수사를 토대로 관리책들의 소재를 좁히고 숙박업소 탐문을 이어간 끝에 충남 천안시 한 모텔에서 1명을 붙잡았다. 같은 시각 경기 구리시에서도 여자친구 집에 숨어 지내던 공범 1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정 경감은 "1명이라도 놓치면 상선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되고 텔레그램 대화방 등 증거가 사라질 수 있었기에 두 곳에서 동시에 검거했다"고 전했다.

정 경감은 최근 피싱 범죄가 소방청·구청·식품위생과 등 관청 사칭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방이나 위생 점검 때 확인할 항목이 추가됐으니 물품을 미리 비치해야 한다'고 속인 뒤 업체를 가장해 선금을 요구하는 식"이라며 "낯선 구매 요청이나 송금 요구는 반드시 기관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경감은 30년간 지켜온 신념으로 '증명하는 태도'를 꼽았다. 그는 "가설로 '쟤가 했겠지'라고 접근해 단정하면 안 된다"며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사소해 보이는 단서라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피의자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증거와 증명력을 갖추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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