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닥 30년, 신뢰 회복·체질 개선 더 미룰 수 없다
코스피 급등 때 코스닥은 되레 하락
좀비 기업 도려내고 과감한 혁신을
한국판 나스닥을 지향했던 코스닥시장이 1일 출범 30년을 맞았다. 1996년 벤처·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혁신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문을 연 시장이다. 외형 면에서는 적잖은 성장을 이뤄냈다. 개장 초기 300여개였던 상장사는 현재 1700개를 넘어섰고, 시가총액은 7조원에서 500조원대로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해 공급한 모험자본도 90조원에 육박한다. 강소기업의 성장 통로 역할을 해온 공로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내실 면에서는 실망과 아쉬움이 크다. 코스피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대형주를 앞세워 뜨겁게 달아오른 반면, 코스닥은 증시 활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냉랭하다. 올 상반기 코스피 지수는 9000선까지 질주했지만 코스닥은 오히려 뒷걸음쳤다. 시장은 일부 대형주에 의존한 채 변동성을 키우며 극심한 양극화 장세를 보였다. 대형주 쏠림을 완충할 건강한 중소형 성장주 생태계가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침체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한국 증시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코스닥의 체질개선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부실기업을 과감히 걸러내는 일이다. 실적개선 없이 편법으로 생명만 연장하는 좀비기업이 시장에 남아 있는 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혁신기업은 외면받고 코스닥 전체가 저평가를 면치 못한다.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퇴출하는 것이야말로 시장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이날 퇴출제도 강화와 세그먼트 도입을 핵심과제로 제시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선언에 그치지 말고 확고한 실천으로 시장질서 회복을 주도해야 한다. 불성실공시, 횡령·배임, 회계 부실 등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 상장 유지요건도 최소한의 형식 기준을 맞추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매출과 영업 지속성, 기술력, 내부통제, 주주 보호 수준을 종합적으로 따져 시장에 남을 자격을 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세그먼트 도입도 신중하되 분명하게 추진해야 한다. 코스닥 안에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대표기업을 선별해 투자자가 더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우량기업이 좀비기업과 한데 묶여 할인받는 구조를 바꾸려면 시장 안의 층위를 정교하게 나누는 것이 맞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다시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대형주 쏠림에 갇힌다면 혁신 생태계는 넓어질 수 없다. 코스닥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오려면 기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한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시장의 신뢰성을 갉아먹는 부실기업과 테마주가 판치는 풍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우량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구조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코스닥의 다음 30년은 달라야 한다. 과감한 개혁으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재도약의 원년을 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