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간 첫 1000억달러 돌파, 새 역사 쓰는 수출
독일 등 이어 세계 네번째의 대기록
반도체 하나에 의존한 것은 아쉬움
한국 수출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70.9% 증가한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첫 1000억달러 돌파다. 독일·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기록이다. 상반기 누적 수출은 4967억달러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중동전쟁에 따른 물류·에너지 불안, 미국발 관세 압박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거둔 성과라서 더 값지다. 이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도 못하란 법이 없다.
수출 호황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올라가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제시했다. 지난 2월 1.0%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다른 주요 기관들도 3%대 이상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당분간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면 3% 이하의 저성장률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 일시적 호황, 반짝 성장으로 보는 것이 아직은 맞기 때문이다. 자축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이다. 반도체 한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편이다. 양극화는 더 극명해지고 있다. 외형적으로 좋은 경제지표가 나타나도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문제다.
수출을 견인하는 품목은 사실상 반도체 하나다. 물론 컴퓨터, 석유 제품, 선박, 화장품도 수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반도체가 차지하는 규모가 전체에서 워낙 크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1924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반년 만에 넘어섰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반도체 증가분을 빼면 작년 정도의 속도다.
특정 업종이나 일부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은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메모리 가격 사이클이 꺾이거나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면 수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대기업에 쏠리면서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쪼그라드는 점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매번 지목되었던 문제들이다. 품목·시장 다변화와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를 수출정책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시지표 개선의 온기가 국민 전체로 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관련 업종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구가한 반면, 내수와 서민 경제는 여전히 냉기가 감돌고 있다. 성장률이 올라도 반갑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출이 아무리 잘되어도 과실이 중소기업과 일반 서민에게 골고루 전달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되레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한달 수출 1000억달러 돌파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수출은 한국 경제를 일으킨 원동력이다. 1977년에 100억달러, 1995년에 1000억달러를 달성했다. 수출 입국을 기치로 내세워 총력을 기울여 거둔 성과였다. 이제 1~2년 안에 대망의 1조달러 기록을 넘어설 것이다. 다만 산업 다변화 전략으로 산업구조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였다. 반도체만이 아니라 미래형 첨단산업을 키우고 거기에 전통적 제조업이 힘을 보태면 수출 5강을 넘어 3강도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