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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봉·천혜향만 알면 끝?… 제주 만감류 '이름표 전쟁' 시작됐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우리향·달코미·맛나봉 등 신품종 6종 보급 확대
당도·산도·향·껍질 따라 소비자 선택 기준 세분화
우리향은 크고 먹기 편한 품종, 달코미는 고당도형
가을향은 11월 조기 출하, 설향은 설 대목 겨냥
제주 감귤산업, 도입 품종 의존 줄이고 '품종 주권' 시험대

지난 5월 6일 올해산 하우스감귤을 첫 출하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한 재배시설에서 농가 관계자가 감귤을 수확하고 있다. 제주 감귤산업은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 기존 대표 만감류에 더해 우리향·달코미·가을향 등 자체 육성 품종을 앞세워 품종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제주감귤농협 제공
지난 5월 6일 올해산 하우스감귤을 첫 출하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의 한 재배시설에서 농가 관계자가 감귤을 수확하고 있다. 제주 감귤산업은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 기존 대표 만감류에 더해 우리향·달코미·가을향 등 자체 육성 품종을 앞세워 품종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제주감귤농협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대표 과실인 감귤 시장의 이름표가 복잡해졌다. 한라봉·천혜향·레드향에 익숙한 소비자 앞에 우리향·달코미·가을향·설향·맛나봉·레드스타 같은 제주 육성 신품종 만감류가 잇따라 등장하면서다.

핵심은 이름만 늘어난 데 있지 않다. 소비자에게는 "무엇이 더 달고 먹기 편한가"의 문제이고, 농가에는 "제주 감귤의 다음 10년을 어떤 품종으로 채울 것인가"의 문제다. 제주 감귤산업이 기존 인기 품종 중심 구조에서 제주 기후와 소비 흐름에 맞춘 자체 품종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느냐도 걸려 있다.

■ '알쏭달쏭' 만감류, 무엇이 다를까

왼쪽부터 우리향, 달코미, 설향, 맛나봉.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육성한 만감류 신품종은 당도, 산도, 출하시기, 껍질 벗기기 편의에 따라 시장에서 각기 다른 경쟁력을 갖는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제공
왼쪽부터 우리향, 달코미, 설향, 맛나봉.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육성한 만감류 신품종은 당도, 산도, 출하시기, 껍질 벗기기 편의에 따라 시장에서 각기 다른 경쟁력을 갖는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제주가 자체 육성한 만감류 신품종은 가을향·달코미·설향·우리향·맛나봉·레드스타 등 6종이다. 한라봉·천혜향·레드향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주 대표 만감류지만, 농업기술원이 자체 육성한 신품종 6종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만감류는 노지 온주감귤보다 늦게 익는 감귤류를 말한다. 당도와 산도, 향, 과즙, 껍질 벗기기 편의, 출하시기에 따라 상품성이 갈린다. 같은 '고급 감귤'로 묶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명절 선물용, 가정 소비용, 조기 출하용, 고당도 프리미엄용으로 역할이 달라진다.

가을향은 이름 그대로 가을 시장을 먼저 겨냥한 품종이다. 11월 하순 수확형으로, 황금향과 레드향을 교배해 만들었다. 산미가 비교적 낮고 껍질 벗기기가 쉬운 편이어서 초겨울 시장에서 빠르게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쉽게 말해 '가장 먼저 나오는 제주 신품종 만감류'다.

우리향은 과실이 크고 부드러운 품종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황금향과 레드향 교배종으로, 11월 하순 수확이 가능하다. 꼭지깃이 있고 껍질 벗기기가 쉬운 편이라 선물용과 가정 소비용 모두에 맞는다. 농가 관심도 높다. 올해 보급 현황에서도 우리향은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품종으로 파악됐다.

달코미는 단맛을 앞세운 품종이다. 황금향과 세토미를 교배한 12월 중순 수확형으로, 이름처럼 고당도 상품 이미지다. 과즙이 풍부하고 껍질도 비교적 잘 벗겨져 소비자에게는 '달고 먹기 편한 만감류'로 설명하면 된다.

맛나봉은 한라봉처럼 과경부에 봉이 생기는 12월형 신품종이다. 황금향과 레드향 교배종으로, 과실 크기가 크고 박피성이 좋은 편이다. 한라봉의 시각적 인지도와 제주 신품종의 시장성을 함께 노릴 수 있는 품종이다.

설향은 설 명절 시장을 겨냥한 품종이다. 1월 중순 수확형으로, 당도가 높은 편이고 껍질 벗기기도 쉽다. 소비자 설명은 간단하다. '설 대목용 제주 신품종 만감류'다. 명절 선물 시장과 출하시기가 맞물린다는 점에서 유통 전략을 짜기 쉽다.

레드스타는 아직 시장에서 낯설지만 제주 육성 신품종이다. 레드스타는 가을향·달코미·설향·우리향·맛나봉과 함께 2026년 기준 제주 육성 만감류 6종에 포함돼 있다. 다만 출하량과 소비자 접점이 아직 제한적이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 한라봉은 모양, 천혜향은 향, 레드향은 색

왼쪽부터 레드스타, 레드향, 한라봉, 황금향. 레드스타는 제주 농업기술원이 자체 육성한 신품종 6종 가운데 하나이며, 레드향·한라봉·황금향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존 대표 만감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제공
왼쪽부터 레드스타, 레드향, 한라봉, 황금향. 레드스타는 제주 농업기술원이 자체 육성한 신품종 6종 가운데 하나이며, 레드향·한라봉·황금향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기존 대표 만감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제공

기존 대표 품종 3종도 여전히 강하다. 한라봉은 꼭지 부분이 봉처럼 솟은 모양으로 제주 만감류의 상징이 됐다. 천혜향은 향이 진하고 과즙이 많아 '향으로 기억되는 품종'에 가깝다. 레드향은 붉은 빛과 진한 단맛, 비교적 쉬운 박피성으로 선물용 시장에서 강세를 이어간다.

즉 한라봉은 모양, 천혜향은 향, 레드향은 색과 단맛으로 기억된다. 제주 신품종은 빠른 출하, 높은 당도, 쉬운 박피성, 제주 재배환경 적응성을 앞세워 시장에 출하된다. 소비자가 이름만 보고도 차이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일이 앞으로의 관건이다.

시장성도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신품종 만감류 출하량은 2024년 21.4톤에서 2025년 96톤으로 늘었다. 평균 출하가격은 1㎏당 6500원~1만원 수준으로 기존 만감류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아직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품질과 가격 면에서 농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신호가 나온 셈이다.

보급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제주 육성 만감류 보급 면적은 2022년 2.6ha에서 2023년 8.2ha, 2024년 20.1ha, 2025년 40.3ha, 2026년 68.5ha로 증가했다. 누적 보급 농가는 698농가로 조사됐다. 품종별로는 우리향이 37.9ha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달코미 18.5ha, 가을향 5.2ha, 맛나봉 3.1ha 순으로 나타났다.

현장 연구진도 보급 확대와 시장 정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진주 제주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만감류 품종이 농가와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우수 품종의 안정적인 공급과 현장 보급 확대를 통해 제주 감귤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감귤산업 다음 10년, 품종 주권에 달렸다

제주 육성 신품종 만감류 전시 모습. 제주 농업기술원은 우리향·달코미·가을향·설향·맛나봉·레드스타 등 6종을 중심으로 제주형 만감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제공
제주 육성 신품종 만감류 전시 모습. 제주 농업기술원은 우리향·달코미·가을향·설향·맛나봉·레드스타 등 6종을 중심으로 제주형 만감류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제공

제주 감귤산업에는 품종 주권이라는 과제도 놓여 있다. 품종 주권은 종자와 품종 개발의 주도권을 지역이 확보한다는 뜻이다. 자체 품종이 늘어나면 로열티 부담을 줄이고, 제주 기후와 출하시기, 소비자 취향에 맞춘 생산 전략을 세우기 쉬워진다.

기후변화도 신품종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배경이다. 최근 고온과 열과 피해, 품질 저하가 반복되면서 재배 안정성이 높은 품종 수요가 커지고 있다. 농업기술원은 2030년까지 추가 품종 3종을 더 육성해 제주 만감류 신품종 체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김어진 농업연구사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 수요를 반영한 유망 품종 육성에 힘쓰고 있다"며 "조기 선발 기술을 적극 활용해 육종 기간을 단축하고, 제주 감귤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신품종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결국 제주 만감류 시장은 '한라봉 하나만 알면 되는 시장'에서 '품종별 차이를 알고 고르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자는 당도와 산도, 향, 식감, 껍질 벗기기 편의, 출하시기를 따져 고른다. 농가와 유통업계는 어떤 품종이 더 안정적으로 재배되고,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알쏭달쏭한 제주 감귤 이름표 뒤에는 제주 감귤산업의 미래 경쟁력이 숨어 있다. 우리향과 달코미가 소비자의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순간, 제주 만감류 시장의 판도도 달라질 수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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