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딸기 쉬는 여름, 쪽파 키운다… '빈 온실' 새 소득 실험
5월 딸기 수확 뒤 9월 정식 전 고설베드 활용
7~8월 여름 잎쪽파 '제주 S-12호' 양액재배
파종 40~50일 내 수확 가능한 단기 작물
여름 1㎏ 평균 1만원 이상… 추석엔 2만원대
고온기 생육·생산량 분석해 재배 가능성 검증
농가 보급 시 유휴시설 활용·추가 소득 기대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딸기 수확을 마친 뒤 여름철 비어 있던 제주 농가의 고설재배 시설에서 잎쪽파를 키우는 소득화 실험이 시작된다. 겨울·봄에는 딸기를 생산하고 7~8월에는 값이 높은 여름쪽파를 재배해 같은 시설에서 두 작목의 소득을 거둘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시도다.
5일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제주농업기술센터는 7월부터 8월까지 스마트팜 테스트베드에서 '여름 잎쪽파 양액재배 실증'을 추진한다.
실증 대상은 딸기 고설베드다. 시설딸기는 보통 5월께 수확을 마친 뒤 9월 정식 전까지 재배시설을 사용하지 않는 기간이 생긴다. 제주농업기술센터는 이 빈 공간과 양액재배 시설을 잎쪽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지 살핀다.
고설재배는 작물을 땅에 직접 심지 않고 허리 높이 정도의 재배대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작업 부담을 덜고 물과 양분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시설딸기 농가에서 널리 활용된다.
실증작물로 잎쪽파를 택한 데는 짧은 재배기간이 영향을 미쳤다. 잎쪽파는 파종 후 40~50일이면 수확할 수 있어 딸기 수확 종료와 다음 작기 정식 사이에 재배할 수 있다.
문제는 여름 더위다. 잎쪽파는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 작물이다. 월평균 기온 15~18도에서 품질과 생산성이 좋은 편이어서 9~11월이 주 재배시기다. 고온기에는 생육이 불안정해 여름 생산이 쉽지 않다.
반대로 공급이 부족한 여름에는 가격이 뛴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여름철 잎쪽파 가격은 1㎏당 평균 1만원 이상, 추석 성수기에는 2만원 이상으로 형성된다.
제주농업기술센터는 고온기 적응 가능성이 있는 여름쪽파 계통 '제주 S-12호'를 투입한다. 초장과 잎집 굵기, 포기에서 새 줄기가 갈라지는 분얼수, 생체중, 생산량 등을 분석해 여름철 시설재배 가능성을 평가한다.
양액재배도 핵심 검증 대상이다. 양액재배는 토양 대신 작물 생육에 필요한 물과 양분을 일정 농도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딸기 고설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새 온실이나 재배대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고 여름작물을 생산할 가능성이 열린다.
이번 실증의 관건은 수확 자체보다 경제성이다. 여름철 고온 관리와 양액 공급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고도 농가에 추가 소득이 남는지, 딸기 다음 작기 준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제주농업기술센터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딸기 휴경기 시설 운영모델과 여름쪽파 양액재배 기술을 정리할 계획이다. 재배 가능성이 확인되면 농업인 현장교육과 기술지도에도 활용한다.
딸기 농가의 여름 휴경시설을 새 작목 생산에 활용하려는 이번 실험은 농업시설 투자 효율을 높이는 시도다. 결국 성패는 고온기 생산량과 품질, 판매가격, 추가 비용을 종합한 실제 농가 수익성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강주희 농촌지도사는 "시설딸기 휴경기에 여름쪽파를 재배하면 시설 활용도를 높이고 농가 소득을 늘릴 수 있다"며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재배기술을 보급해 스마트농업 확산과 경영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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