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워치 채권

공사·은행채 물량 역대 최대… 공급 충격 가시화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공사채와 은행채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쏟아지며 기관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초우량물 공급 부담이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시장에서는 발행 시기를 앞당기거나 조달을 미루는 '구축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축효과는 신용도가 우량한 차입자가 시장 자금을 먼저 가져가면서 다른 차입자가 돈 빌리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5일 금융투자업계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크레딧물(공사채·은행채·카드채·캐피탈채·회사채) 발행액은 15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이다. 순발행 규모도 30조1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020년 1·4분기와 2·4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지난 6월 한 달간 순발행액은 18조5000억원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공급 부담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공급 확대를 주도한 것은 공사채와 은행채 등 초우량물이다.

지난 2·4분기 공사채 발행액은 33조5000억원, 은행채는 76조원으로 각각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시장에서만 109조5000억원의 물량이 쏟아진 셈이다. 차주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적채권 발행기관들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세계국채지수(WGBI) 단계적 편입을 앞두고 국고채 수급 변화와 시장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1·4분기 발행 물량을 조절했다"면서 "그러나 연간 자금 조달 규모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1·4분기에 줄인 발행 물량이 2·4분기 이후로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공사채와 은행채를 중심으로 신규 자금 조달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2·4분기 초우량물 공급 부담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는 게 차 연구원의 설명이다.

은행채 발행 증가에는 정책금융 확대와 가계대출 증가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생산적 금융 지원 확대에 따라 특수은행채 발행이 늘어난 데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증시 급등으로 신용대출 수요까지 확대되면서 6월 시중은행채의 대규모 순발행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초우량물 공급 확대가 회사채 시장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도가 높은 공사채와 은행채가 높은 금리로 대규모 발행되면서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초우량물로 쏠리고, 회사채는 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초우량채 공급 부담과 채권 투자 수요 약화가 맞물리면서 시장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강세로 자금이 이동한 점도 채권시장 수급 부담을 키웠다.

연초 연 2.935% 수준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8일 연중 최고치인 연 3.940%까지 상승했다. 이달 3일 기준 연 3.748%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80bp 이상 높은 수준이다. 조달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앞당기기보다 아예 조달 시점을 미루면서 예년보다 빠른 비수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기자 정보

#공사채 #은행채 #자금 조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