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예열만 하다 끝난 월드컵 특수 "대형 스크린 빌려놨는데" 허탈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단체관람 성지' 광화문 상권 한산

지난 3일 서울 종각역 인근 상권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지난 3일 서울 종각역 인근 상권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월드컵 특수'를 노렸던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토너먼트 일정에 맞춰 미리 연차를 사용한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수백만원을 들여 현지 '직관'을 준비했던 붉은 악마들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며 이른바 '월드컵 블루'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화문과 시청역·종각역 일대 상권은 월드컵 열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만 거리를 오갔고, 상당수 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거나 영업 중인 매장에도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 특수를 기대해 대형 스크린을 새로 설치하거나 식자재·주류 발주량을 늘렸지만 대표팀 탈락 이후 손님 발길이 끊기며 준비가 무색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종각역 상권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43)는 "원래 오전 영업을 하지 않다가 1·2차전 때 예약을 받았는데 만석이 되면서 매출이 2배 넘게 뛰었다"며 "남아공전만큼은 이길 줄 알고 해상도 좋은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마련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했다.

시청역 인근의 50대 자영업자 김모씨 역시 "32강 진출을 기대하고 닭고기와 맥주 발주를 평소보다 대폭 늘렸는데 탈락 이후 예약 문의가 뚝 끊겨 애를 먹었다"며 "아무리 강팀들이 맞붙더라도 한국 경기가 아니면 큰 소용이 없다. 4년마다 오는 특수가 끝난 셈"이라고 전했다.

조별리그 통과를 예상하고 미리 연차나 반차를 소진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이모씨(33)는 "거리응원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받아 토너먼트 때도 계속 나갈 계획이었다"며 "회사 특성상 연차 일정을 일찌감치 제출해야 해 32강전을 넘어 16강전 날짜까지 내다보고 결재를 받아둔 상태라 취소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축구 동호회 차원에서 단체관람을 추진했던 이모씨(29)도 "회사 동료들과 토너먼트 일정을 보며 미리 반차를 맞추고 치킨집 예약까지 해뒀으나 결국 취소했다"며 "4년 만의 월드컵 분위기를 너무 빨리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돼 맥이 빠졌다"고 했다.

현지 관람을 위해 항공권과 숙소는 물론 미국 내 이동 일정까지 준비한 팬들 역시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이 조 2위로 32강에 오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조 3위로 진출하면 미국 시애틀에서 벨기에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대표팀 탈락으로 모두 무산됐기 때문이다.

인생 첫 월드컵 직관을 위해 2년간 아껴둔 연차를 모두 쓴 30대 김모씨는 "LA행을 예측해 경기 티켓을 구매한 뒤 멕시코에서 넘어가는 항공권과 호텔 비용까지 총 400만원 넘게 지출했다"며 "남아공전 패배 후 40%가량 낮은 가격에 티켓을 재판매하고 비행기와 호텔 취소 수수료까지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에서 유학 중인 A씨(24)는 "현지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결국 다른 나라 경기만 보고 오게 됐다"고 호소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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