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의 랩소디 '브로크백마운틴'[엄현희의 생각하는 극장]
[파이낸셜뉴스] 연극 '디사이딩 세트', '구미식', '나는 나의 아내다', 뮤지컬 '렘피카', '더 트라이브', 또 최근의 '브로크백마운틴'까지, 최근 무대에서 퀴어 서사를 자주 볼 수 있다. 초연과 재연, 창작과 라이선스를 넘나들며 퀴어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성애까지 다양한 퀴어 서사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왜 사람들은 퀴어 서사를 원하는 것일까. 관객들은 퀴어 서사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흔히 퀴어 서사 특히 애정 서사는 '특수한 상황 속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담아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말해진다. 누구나 가지며 공감하는, 외로움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을 동성 간 사랑의 설정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장벽을 뛰어넘는 순수한 감정에 대한 애절한 동경도 마찬가지이다. 순수함은 퀴어 애정 서사에서 중요한 코드다. 몇몇 무대는 순수함을 육체와 연결시키며, 몸을 강조하는 장면 만들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며 언제나 변화할 수 있는 '젠더' 역시 퀴어 서사에서 관계의 다양성을 변주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아트원씨어터에서 순항 중인 '브로크백마운틴'도 순수한 열정으로 서로에게 삶의 최고의 순간이 된 두 남자의 이야기다. 공연은 애니스와 잭의 웃옷과 그 이상을 자주 탈의시키며, 이들은 침대에서 서로를 향해 벗은 몸으로 마주한다. 가정을 이룬 애니스가 아내와의 장면에서 누드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된다. 남성적이며 성인인 카우보이 두 남자가 사랑에 빠져 과감한 성애의 장면을 보여주는 한편, 어린이들처럼 천진하게 놀이한다.
어떠한 가식이나 위선이 필요하지 않은 완벽한 안식처인 애니스와 잭은 그들을 맺어 준 협곡 '브로크백마운틴'을 평생 그리워하지만, 다시는 거기에 가지 못한다. 상실한 낙원 대신에, 그 흔적을 따르듯 20여 년간 간신히 몰래 만나 온 그들은 결국 잭의 비참한 죽음으로 귀결된다.
'브로크백마운틴'은 라이선스 공연으로 윤색 과정을 거쳤는데, 둘의 서로를 향한 한도 없는 애정,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 가는 열정이 비교적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무대에 비어 있는 호흡 없이 장면을 끌고 가는 힘을 고르게 안배한 장면 연출 또한 이들의 감정선을 뚜렷하게 살린다.
영화와의 비교도 작품을 좀 더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연극은 영상과 다르게 공연의 생생한 현장감을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 노인이 된 애니스가 무대에서 함께 존재하며, 라이브 연주를 비롯해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존재가 무대만의 직접적 에너지를 키운다. 때때로 노년의 애니스가 장면 중간에 끼어드는 장면들이나, 포크송 등이 장면 안에 매끄럽게 꽉 붙어있는 대신에 헐겁게 연결된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 거칠음과 투박함이 이 연극의 애달픈 감정선에 실려 특유의 야생적이며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그리워하는, 순수한 사람들을 표현하는 데 어울린다.
애니스와 잭은 퀴어일 뿐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도시와 어울리지 못하는 이방인들이었다. 애니스는 평생 농장 일에서 동물과 함께했고, 잭은 몸을 아끼지 않고 로데오를 하며 소를 타는 것을 즐겼다. 잭은 소가 온힘을 다해 움직일 때 그 약동하는 맥박을 쾌락적으로 감각한다. 생명에 대한 감각을 사랑하는 잭은 애니스의 기억 속에서 불멸의 삶을 얻게 된다. 이들에게서 사회적 장벽과 사람들의 냉대는 그 어떤 것도 빼앗아 갈 수 없는, 다만 사소한 것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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