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파바이러스를 아시나요?"… 치명률 최고 75%, 백신·치료제도 없다
과일박쥐 자연숙주… 동물·오염식품서 감염
환자 체액 접촉 시 사람 간 전파 가능
발열·두통 뒤 뇌염… 심하면 48시간 내 혼수
국내 발생 0명… 지난해 제1급 감염병 지정
WHO "국제 확산 위험 낮아"… 과도한 공포 경계
제주, 해외 입국자 확진 가정 35개 기관 훈련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치명률은 40~75%. 승인된 백신도, 바이러스를 직접 없애는 치료제도 없다. 처음에는 열과 두통으로 시작하지만 심한 경우 뇌염과 발작을 일으키고 24~48시간 안에 혼수상태로 빠질 수 있다.
'니파바이러스' 이야기다.
국내 발생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세계적으로도 대규모 유행보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드물게 발생해왔다. 하지만 감염됐을 때 사망 위험이 높고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한 탓에 한국은 지난해 9월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제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제주는 해외 입국자가 니파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까지 가정한 대응훈련에 들어갔다.
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3일 제주 썬호텔에서 보건소와 질병관리청, 검역소, 병원, 소방, 경찰, 군, 교육청 등 35개 기관·부서 관계자 90여명이 참가한 신종·재출현 감염병 위기관리 대응훈련이 진행됐다.
이번 훈련의 대상이 된 감염병이 바로 니파바이러스다. 니파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옮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자연숙주는 과일박쥐다. 1998년 말레이시아의 돼지농장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방글라데시와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서 환자가 보고됐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01년 이후 거의 매년 산발적인 감염이 확인됐다. 인도에서도 최근까지 지역별 발생이 이어졌다.
감염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감염된 과일박쥐나 돼지 같은 동물과 직접 접촉할 수 있다. 박쥐의 침이나 소변 등으로 오염된 과일과 음료를 먹고 감염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생 대추야자수액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과일박쥐가 오염시킨 생 대추야자수액 섭취가 반복적인 감염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사람 사이에서도 옮을 수 있다. 다만 독감이나 코로나19처럼 일상적인 접촉만으로 대규모 확산하는 바이러스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람 간 전파는 주로 환자의 혈액과 침, 호흡기 분비물 등 체액에 노출된 가족과 간병인, 의료진 등 밀접 접촉자에서 발생했다.
WHO도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지역사회 확산이나 여러 나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전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올해 3월 기준 WHO는 국제 확산 위험도 낮은 수준으로 봤다. 감염자가 다른 나라로 이동하더라도 추가 전파에는 가깝고 지속적인 접촉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판단이다.
위험한 이유는 감염 이후다. 잠복기는 보통 3~14일이다. 드물게 45일까지 보고된 사례도 있다. 초기에는 발열과 두통, 근육통, 구토, 인후통, 기침 등 다른 감염병과 구분하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일부 환자에게 현기증과 심한 졸음, 의식 저하 같은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뇌가 붓는 뇌염과 발작으로 진행한다. 중증 환자는 24~48시간 안에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WHO는 과거 유행에서 치명률이 40~75%에 달한 것으로 추정한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승인된 백신과 특이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치료는 호흡과 신경계 합병증을 관리하는 집중적인 지지치료에 의존한다. 산소 공급과 수분·영양 유지, 폐렴과 뇌염 등 합병증 관리가 중심이다.
WHO는 니파바이러스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서둘러야 할 우선 연구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후보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승인된 제품은 없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당장 걱정해야 할 감염병일까. 현재까지 국내 발생 사례는 없다. 최근 발생도 주로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WHO가 2025년부터 2026년 3월 초까지 집계한 확진자는 두 나라에서 11명이며 8명이 숨졌다. 모든 발생은 소규모·지역적으로 제한됐고 국제 전파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치명률이 높고 해외여행과 국제교류가 활발한 만큼 한 명의 해외유입 환자를 빨리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2025년 9월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제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제1급 감염병은 생물테러 가능성이 있거나 치명률이 높고 집단 발생 우려가 커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질병을 말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해당 지역을 방문한 뒤 발열이나 두통, 호흡기·신경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여행력과 동물 접촉 여부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여행자는 과일박쥐와 아픈 돼지 등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생 대추야자수액이나 바닥에 떨어진 과일처럼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 환자의 혈액과 체액에 보호장비 없이 접촉하지 않고 손씻기 등 기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도 예방의 핵심이다.
제주도의 이번 훈련도 바로 '첫 환자 1명'을 놓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나리오는 해외 입국자가 제주에서 니파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의심환자 신고와 역학조사, 환자 이송, 격리, 접촉자 파악·관리까지 실제 방역 절차를 따라갔다. 참가자들은 개인보호구 착·탈의 실습도 진행했다.
제주도는 6개 보건소와 질병관리청, 국립제주검역소, 종합병원, 소방, 경찰, 군, 교육청 등이 각각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점검했다. 섬 지역인 제주는 감염병 대응에서 공항과 항만 검역, 환자 이송, 병상 배치, 기관 간 연락이 한꺼번에 맞물린다. 의심환자를 발견한 뒤 검사와 격리까지 늦어지면 밀접 접촉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제윤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기후변화와 해외 교류 증가로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실전형 반복 훈련으로 초동 대응역량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