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장난이었다"는 학생들…교사 10명 중 9명, 교실서 혐오표현 접했다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치인·역사 인물 죽음 조롱 표현 88.9%가 경험
지도해도 "장난이었다"…진지한 사과·성찰은 1.8%
교사 69.9% "정치적 중립 위반 문제 삼을까 우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과학 수업에서 중력을 공부할 때 떨어지는 물체를 보면서 '운지'라고 하더라고요."

"제주도 수학여행 중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학생들이 '멸공'이라고 외치고 다녀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전라도에 가려면 여권을 들고 가야 한다, 전라도 이야기가 나오면 '홍어'라고 하며 키득댑니다."

교사들이 직접 적어낸 교실 속 혐오·조롱 표현 사례다.

교사 10명 중 9명은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발언이나 과제물, 발표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유통되던 혐오 표현과 역사왜곡성 밈이 학생들의 사적 대화를 넘어 교실 언어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조사 결과로 확인된 셈이다.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교사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발언이나 과제물, 발표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접한 교사는 전체의 89.3%였다. 직접 목격했다는 응답이 73.9%, 전해 들었다는 응답이 15.4%였다. 중학교 교사의 직접 목격 비율은 81.7%로 모든 학교급 가운데 가장 높았다.

문제 표현은 학생들 사이의 사적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 학생 간 대화에서 혐오·차별 표현을 접했다는 응답은 77.3%였다. 하지만 수업 중 발언에서도 52.6%가 같은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과제물이나 발표 자료에서 봤다는 응답도 20.8%였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말이 교실의 공적 활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이 나타난 유형은 정치인이나 역사적 인물의 죽음, 비극을 조롱하는 표현이었다. 응답 교사의 88.9%가 이를 접했다고 답했고, 58.2%는 반복적으로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직접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사례를 묻는 주관식 문항에는 535명의 교사가 응답했다. 응답에는 고인 조롱 표현이 노래, 그림, 숫자, 말투 등으로 변형돼 반복되는 사례가 담겼다. 지역 비하, 5·18민주화운동 왜곡, 여성·장애인·이주민 혐오 표현도 함께 보고됐다.

학생들이 이런 표현의 의미를 알고 쓰는지에 대해서는 학교급별 차이가 있었다. 표현의 의미를 "대부분 알고도 사용한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11.8%, 중학교 23.5%, 고등학교 32.2%였다. 반대로 "의미를 잘 모르고 사용한다"는 응답은 초등학교 29.6%에서 고등학교 12.9%로 낮아졌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단순한 모방보다 의식적 사용의 비중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교사가 제지해도 학생 반응은 가벼웠다. 혐오 표현을 지도했을 때 "장난이었다"는 반응이 56.0%로 가장 많았다. "그냥 애들이 써서 썼다"는 응답도 55.5%였다. 지도 이후에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현을 반복했다는 응답은 32.1%였다. 반면 학생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과·성찰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에서 "몰랐다며 인정하고 수긍했다"는 응답이 41.0%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교사를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고 문제 삼았다"는 반발은 초등학교 7.8%, 중학교 16.7%, 고등학교 20.4%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늘었다. 전교조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도의 효과는 줄고, 교사를 향한 반발은 커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교사들이 혐오 표현 지도를 어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응답자의 69.9%는 혐오 표현을 지도할 때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까 우려된다고 답했다.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이 걱정된다는 응답은 60.1%였다. 학생들이 온라인 문화의 영향으로 쉽게 반발한다는 응답은 47.0%,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45.4%였다. "특별히 어렵지 않다"는 응답은 4.2%뿐이었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의 혐오 응원 논란에 대해서도 교사들은 개인 일탈보다 온라인 혐오 문화의 영향을 크게 봤다. 근본적 외부 요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이 94.0%로 가장 높았다. 정치권과 언론의 혐오·조롱 언어를 꼽은 응답도 74.4%였다.

교사들은 단순 징계보다 회복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혐오·역사왜곡 표현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와 공동체에 대한 사과·회복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71.1%였다. 학생에 대한 교육적 성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8.5%, 단발성 처벌보다 재발 방지 교육과 구조 개선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64.3%였다. 다만 사안의 정도에 따라 징계 등 제도적 조치도 필요하다는 응답도 60.2%로 과반을 넘었다.

교사들은 명확한 기준 마련도 요구했다. 향후 시급한 대책으로는 학교생활규정에 혐오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55.8%로 가장 많았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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