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르포] 한 달 넘긴 개표소 봉쇄…발길 줄었지만 맨발에 태극기, 구호는 계속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주말 비에 종이 플래카드 곳곳 훼손 뙤약볕 아래 참가자들 양산 쓰고 구호 출입구 한쪽선 참가자 9일째 단식 정보통신망법 반대 팻말까지 등장 국조특위는 투표지 공개 검증 방안 논의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시작된 올림픽공원 시위가 7일로 33일째를 맞았다. 주말 사이 한바탕 비가 내린 뒤 다시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현장 곳곳에는 장기화된 시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난 주말 비에 젖은 종이 플랜카드 상당수는 모서리가 말리거나 찢어진 채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핸드볼경기장 인근 다리에 붙은 일부 종이 플랜카드는 비닐로 덧씌워 빗물을 막은 상태였다. 빗속에서도 철거되지 않은 문구들은 다시 강한 햇볕을 받으며 말라가고 있었다.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2도까지 치솟았다. 현장을 오가는 경찰들도 양산을 든 채 이동했다. 가장 많은 시위대가 모이는 핸드볼경기장 1~3 출입구 앞에서는 이날도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개표 수개표"라는 구호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지만, 무더위 탓에 상당수는 바닥에 앉아 양산으로 햇볕을 피했다. 일부 참가자는 맨발로 대형 태극기를 흔들며 시위에 참여했다.

출입구 한쪽에서는 한 참가자가 9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주변 참가자들은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기거나 물과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혔다. 3주째 올림픽공원에 나오고 있다는 장모씨(30대)는 "장기화된 시위와 무더위 탓에 현장에 오래 머무르기 쉽지 않다"면서도 "투표지 보관 문제와 검증 절차가 정리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올림픽공원 일대에는 7000여명이 집계됐다. 다만 핸드볼경기장 앞 시위 현장에 모인 인원은 약 300명 수준이었다. 현장 중계 시청자는 약 500명 규모로, 이날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현장조사 중계에 관심이 쏠린 분위기였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다리에 종이 플래카드들이 비닐에 덮인 채 붙어 있다. (오른쪽) 경기장 한 출입구 앞 농성공간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문가가 적힌 돗자리가 깔려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다리에 종이 플래카드들이 비닐에 덮인 채 붙어 있다. (오른쪽) 경기장 한 출입구 앞 농성공간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문가가 적힌 돗자리가 깔려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현장 구호와 상징물도 달라졌다. 시위 초기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과 재선거 요구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부정선거' 구호가 전면에 나섰다. 이날 현장에서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반대를 주장하는 팻말과 전직 보수 대통령 그림도 등장했다.

현장 내부의 갈등도 감지된다. 최근 일부 참가자가 북을 치는 문제를 두고 참가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다. SNS상에는 "올림픽공원은 시민들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공간"이라며 "북소리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리고, 외부에는 강성 집회처럼 보일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공원 내 북 사용 가능 여부와 소음 측정, 언론 노출 등을 우려하며 "분란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최자나 공식 지휘부가 없다는 점은 그동안 시위의 자발성을 보여주는 요소로 언급돼 왔다. 그러나 장기화 국면에서는 오히려 현장 질서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구호와 상징물, 현장 행동을 조율할 공식 창구가 없는 탓에 참가자 간 충돌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편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차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중앙선관위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보관 중인 투표지 247만여매를 국조특위 의결에 따른 공개 검증 형식으로 확인한 뒤 이송하는 방안을 보고했고, 특위는 오후 서울시선관위 현장조사에 나섰다.

핸드볼경기장 앞 시위 현장에 '부정선거'와 '재선거' 등을 주장하는 손글씨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오른쪽) 현장 한편에는 전직 보수 대통령들의 업적을 강조한 그림이 세워져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핸드볼경기장 앞 시위 현장에 '부정선거'와 '재선거' 등을 주장하는 손글씨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오른쪽) 현장 한편에는 전직 보수 대통령들의 업적을 강조한 그림이 세워져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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