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국방 예산 대폭 증액 초안 승인
[파이낸셜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국방력 강화를 정부 지출의 최우선 순위로 둔 2027년도 예산안 초안을 승인했다.
6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 등 외신은 튀르키계 앙카라에서 열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토의 국방비 지출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5%'를 달성하기 위해 독일 정부가 군비 증강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이 비중은 2030년대 말까지 연방 지출의 약 3분의 1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예산안에 따라 독일은 오는 2027년 연방 지출의 20%를 국방비에 투입하게 된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베를린에서 2027년도 연방 예산안 초안을 발표하며 "균형 재정만으로는 푸틴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예산 제약으로 인해 군비 축소가 진행됐던 지난 30년간의 공백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만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가 편성한 2027년도 총지출 규모는 5554억유로(약 968조원)이며 이 중 약 20%에 달하는 1097억유로(약 191조원)가 국방비로 배정됐다. 국방비 확대 기조는 향후 더욱 가속화되어 2030년에는 총 예상 지출 6354억유로(약 1108조원) 중 무려 1837억유로(약 320조원)가 국방비로 쓰일 예정이다.
이번 예산안은 7~8일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격 공개됐다. 유럽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유럽이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방위 책임을 더 많이 분담하고 있음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은 아무런 이득도 없이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나토에 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독일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들을 지목하며 이들의 국방비 지출 수준을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메르츠 총리는 이튿날 베를린에서 "독일은 4년 만에 국방 예산을 두 배로 늘리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는 우리의 방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역사상 가장 큰 노력이며, 이런 점에서 우리는 누구에게도 숨길 것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독일은 대규모 군비 증강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에 연방 재정 적자를 GDP의 0.35%로 제한하는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국방 지출의 상당 부분을 이 제한 규정에서 예외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클링바일 재무장관이 국방비 재원 마련을 위해 다른 분야의 예산을 삭감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군비 증강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지지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클링바일 장관은 지난해 "2027년 예산 편성은 정부가 직면할 가장 큰 국내 정책적 도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비록 이번 2027년 예산안에서 발생한 340억유로(약 59조원)의 재정 공백은 큰 논란 없이 메워졌으나 이 중 70억유로(약 12조원)는 이례적인 재정 위기 상황을 위해 아껴둔 110억유로(약 19조원) 규모의 비상 예비비에서 끌어다 쓴 것이다. 클링바일 장관은 이 조치에 대해 "이란에서의 트럼프의 무책임한 전쟁과 이로 인해 독일에 미친 경제적 여파를 감안할 때 정당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시방편 책일 뿐, 당장 2028년에 224억유로(약 39조원)과 2029년에 388억유로(약 68조원)로 예상되는 재정 적자 리스크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이번에 승인된 2027년도 연방 예산안 초안은 올가을 의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