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도 모른 척했다면?"… 제주 성폭력 예방교육, '주변인'을 움직인다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 강사 역량강화 교육
성희롱·성폭력 목격자도 예방 주체로 접근
미국 MVP Strategies 기반 참여형 워크숍
강의 대신 토론·실습·현장 사례 적용
도내 전문강사·지역 활동가 교육 참여
"구경꾼 아닌 행동하는 주변인 만드는 교육"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직접 당하지도, 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을 봤다면 아무 책임이 없는 걸까.
젠더폭력 예방교육이 가해자와 피해자만 바라보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폭력과 괴롭힘을 목격하거나 주변에서 이상 신호를 알아챈 사람을 '구경꾼'이 아닌 예방의 주체로 보는 '주변인 접근법'이다.
7일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도내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와 지역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주변인 접근법-활동하는 주변인, 리더십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미국 MVP Strategies를 기반으로 마련됐다. MVP는 'Mentors in Violence Prevention'의 약자다.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두 역할만 놓고 폭력을 설명하지 않는다. 폭력이나 괴롭힘을 보거나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이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함께 묻는다.
MVP Strategies는 주변인을 학대 행위를 제지하거나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주체로 본다. 젠더폭력과 성희롱,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해 침묵하던 제3자가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판단과 개입 역량을 키우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왜 피해자가 피하지 못했나'보다 '주변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나'를 함께 묻는 교육이다.
직장에서 성희롱성 농담이 반복되거나 학교와 공동체에서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할 때 직접 맞서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행동은 있다. 상황을 중단시키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며, 사건 이후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핵심은 위험을 무릅쓰고 무조건 개입하라는 데 있지 않다. 상황과 자신의 안전을 판단하면서 침묵 외에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배우는 데 있다.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는 이번 교육도 일방적인 강의보다 토론과 실습에 무게를 뒀다. 황금명륜 젠더정의행동GOMA 대표가 강사로 참여해 주변인 접근법을 제주지역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함께 다뤘다.
참가자들은 실제 교육 상황을 놓고 어떤 말과 행동이 가능한지 토론했다.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는 학습자에게 주변인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할지, 교육현장에서 어떤 질문을 던질지도 실습했다.
센터는 앞서 교육 참가자를 모집하며 미국 MVP Strategies에 기반해 젠더폭력에 맞서는 주변인 접근법을 제주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는 '대화형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습 중심 교육이었다", "주변인 접근법을 실제 교육에 적용할 자신감을 얻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는 이번 교육을 지난해 강사들의 역량강화 요구를 반영해 마련했다.
고보숙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장은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개인이 아닌 모두의 책임으로 확장하는 주변인 접근법을 교육현장에 적용한 자리였다"며 "현장 요구를 반영한 강사 역량강화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