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4·3, 뉴욕 링컨센터로 간다… 영화·기록으로 세계에 묻는 '기억'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12~16일 뉴욕아시안영화제 연계 특별전
세계기록유산 4·3기록물 역사·진실 소개
영화 '한란'·'내이름은' 북미 프리미어 상영
한강 소설·강요배 미술로 문화예술 기억 확장
진상규명·공식사과·보상·화해 과정도 조명
지역의 비극 넘어 인류가 기억할 역사로

제25회 뉴욕아시안영화제 공식 초청작 '내 이름은'의 한 장면. 제주4·3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특별전 마지막 날인 16일 뉴욕 필름 앳 링컨센터에서 북미 프리미어로 상영되며 정지영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공
제25회 뉴욕아시안영화제 공식 초청작 '내 이름은'의 한 장면. 제주4·3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특별전 마지막 날인 16일 뉴욕 필름 앳 링컨센터에서 북미 프리미어로 상영되며 정지영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의 기억이 미국 뉴욕 링컨센터로 간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이어진 비극의 역사와 진상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화해의 과정을 영화와 기록, 문학, 미술로 세계 관객에게 전한다.

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미국 뉴욕의 필름 앳 링컨센터에서 '제주4·3 국제 특별전'이 열린다. 특별전은 올해 25회를 맞은 뉴욕아시안영화제와 연계해 마련됐다.

뉴욕아시안영화제는 올해 10일부터 26일까지 필름 앳 링컨센터를 비롯한 뉴욕 5개 공연·상영 공간에서 열린다. 북미에서 아시아 영화를 소개해 온 대표적인 영화제로, 올해는 출범 25주년을 맞는다.

제주4·3을 다룬 영화 '한란'과 '내이름은'이 공식 초청되면서 전시와 영화 상영을 연결하는 특별전이 만들어졌다.

두 작품은 모두 북미 프리미어로 소개된다. 뉴욕아시안영화제와 필름 앳 링컨센터가 발표한 공식 프로그램에도 두 작품은 제주4·3평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초청작으로 올라 있다.

특별전은 해외 관객에게 제주4·3이 왜 일어났는지부터 설명한다. 제주4·3의 발생 배경과 전개 과정,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미군정기의 역사적 상황을 함께 다룬다.

한국 현대사를 잘 모르는 관람객도 4·3을 제주라는 한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만으로 보지 않고 해방 이후 냉전과 국가폭력의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제주4·3이 긴 침묵을 깨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길을 걸어온 과정도 소개한다.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와 희생자 명예회복, 공식 사과, 보상, 화해와 상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비극을 전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사회가 다시 기억하고 해결해 왔는지까지 세계 관객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전시의 중심에는 제주4·3기록물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자료는 모두 1만4673건이다. 제주4·3 당시의 기록과 이후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축적된 자료들이 포함돼 있다.

문화예술이 4·3의 기억을 전해 온 과정도 함께 보여준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화가 강요배의 대표 연작 '동백꽃 지다', 영화 '한란'과 '내이름은' 등이 소개된다.

기록문서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개인의 상처와 기억, 침묵의 시간을 문학과 미술, 영화의 언어로 보여주는 구성이다.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미국 뉴욕 필름 앳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제주4·3 국제 특별전’ 키비주얼. 특별전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제주4·3기록물과 영화 ‘한란’·‘내이름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강요배의 미술작품 등을 통해 4·3의 역사와 진실, 평화·인권의 가치를 세계 관객에게 소개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미국 뉴욕 필름 앳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제주4·3 국제 특별전’ 키비주얼. 특별전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제주4·3기록물과 영화 ‘한란’·‘내이름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강요배의 미술작품 등을 통해 4·3의 역사와 진실, 평화·인권의 가치를 세계 관객에게 소개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첫 영화는 '한란'이다. 하명미 감독의 '한란'은 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사라진 아이를 찾아 한라산 아래 숲을 헤매는 젊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12일 오후 6시30분 필름 앳 링컨센터의 월터 리드 극장에서 상영된다. 하명미 감독과 배우 김향기, 양영희 프로듀서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있다. 공식 예매 일정상 해당 상영은 이미 매진됐다.

특별전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정지영 감독의 '내이름은'이 같은 극장에서 상영된다. 상영 시간은 오후 6시다. 정 감독이 직접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돼 있다.

특별전 개막 행사는 12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관과 뉴욕한인회, 재미제주도민회, 재미4·3기념회·유족회 등 현지 인사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의 의미는 제주4·3을 해외에 한 번 더 소개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제주4·3의 국제화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 가운데 하나다.

세계기록유산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과 세계 시민이 그 기록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다르다. 4·3을 모르는 관객에게는 사건이 왜 발생했고, 왜 오랫동안 말할 수 없었으며, 어떻게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해 왔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영화제라는 문화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도와 사건을 나열하는 전시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개인의 삶과 감정을 영화와 문학, 미술을 통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과제는 분명하다. '제주의 비극'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폭력과 기억, 진실규명과 화해라는 보편적 질문으로 세계 시민과 얼마나 깊이 대화할 수 있느냐가 제주4·3 국제화의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뉴욕아시안영화제를 통해 제주4·3의 역사와 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영화와 전시 연계로 해외 관객의 이해와 평화·인권 가치 공유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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