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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상폐가 낫다"…정부 개혁이 바꾼 상장사들 셈법 [증시는 왜]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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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퇴출 취지에도 일부 기업은 '자진 상폐' 계산
병합·합병 늘고 상폐 리스크에 중소형주 투자심리 위축
증권가 "상장보다 비상장이 유리한 기업도 적지 않아"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36% 하락한 887.81에 거래를 마친 지난 6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로비 전광판에 관련 지수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제공
코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36% 하락한 887.81에 거래를 마친 지난 6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로비 전광판에 관련 지수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코스닥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기 위해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강화했지만, 정작 일부 기업에는 주식시장을 떠날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장을 유지하기보다 비상장 전환이 경영권 방어나 상속·증여, 공시 부담 측면에서 더 유리한 경우 이번 제도 개편이 오히려 '퇴장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부터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골자로 한 상장폐지 제도를 시행했다. 상장 유지 문턱을 높여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조기에 시장에서 퇴출하고,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개편안에 따라 코스닥 상장사의 시가총액 기준은 200억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300억원으로 상향됐다. 내년부터는 각각 300억원과 500억원으로 강화된다. 여기에 동전주 요건과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공시 위반 요건까지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관리 기준도 한층 엄격해졌다.

정부가 부실기업 퇴출을 목표로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했지만 벌써부터 다른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 유지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회사가 있는 반면, 일부 기업에는 상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비상장 전환이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서다.

한화투자증권 엄수진 연구원은 "상속·증여를 앞둔 대주주나 경영권 방어가 필요한 기업, 공시 의무와 소액주주의 경영 간섭을 부담으로 느끼는 기업은 오히려 상장폐지를 선호할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비상장사는 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적고 상장 유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증시 전문가들은 △수년간 흑자를 내고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하지 않는 기업 △현금이 충분한데도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 △계열사 지원을 반복하거나 전환사채(CB)를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기업일수록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이유가 크지 않다고 봤다. 주가가 신저가 수준까지 떨어진 뒤 대주주가 공격적으로 지분을 사들이는 경우도 자진 상장폐지를 의심해볼 수 있는 신호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의 방향 자체는 맞다"면서도 "다만 상장을 유지할 유인이 크지 않은 기업까지 같은 잣대로 관리하면 오히려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사 기업금융(IB) 관계자는 "상장사는 자금 조달과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공시 의무와 주주 대응 비용도 계속 커지고 있다"며 "오너 중심 기업 가운데서는 상장 유지에 따른 비용과 비상장 전환에 따른 이익을 다시 계산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장폐지 제도 강화 이후 코스닥에서는 상장 유지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상장폐지 우려가 제기된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기업들은 주식병합과 계열사 합병 등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수급 쏠림과 중소형주 투자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상장폐지 리스크 역시 코스닥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시장의 질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면서도 "다만 과도한 우려가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를 끌어내리는 상황은 제도 취지와도 맞지 않는 만큼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보완책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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