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3척 피격에 美, 이란 공습… 석유 수출 허가까지 취소하며 휴전 합의 흔들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민간 상선 피격에 대응해 8일(현지시간) 이란을 향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수출 허가까지 전격 취소하면서,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양국이 어렵게 도출했던 임시 휴전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미 중부사령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 군함과 전투기들이 국제 수로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탑승한 상업용 선박을 표적 삼아 공격한 이란에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부사령부는 이어 "이란이 보여준 명백한 침략 행위는 정당하지 않고 위험하며, 휴전 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란 국영 매체는 반다르아바스(Bandar Abbas)와 케슘 섬 일대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습에 앞서 미국 정부는 임시 합의의 핵심 조항이었던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 허가를 전격 박탈했다. 당초 허가는 오는 8월 21일까지 유효했으며, J D 밴스 미 부통령은 스위스에서 진행된 이란 고위 관계자들과의 회담을 언급하며 "최종 종전 합의를 위한 좋은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란의 상선 도발이 재발하자 미국은 즉각적인 군사·경제적 제재로 돌아섰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자행한 행동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뒤따라야 하기에 라이선스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허가 취소는 임시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이 약속 위반으로 발생하는 모든 결과의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 역시 미군의 공습이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이란 간의 협상은 전쟁 초기에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카메네이의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이번 호르무즈 해협 내 연쇄 상선 공격은 지난 4월말 이후 하루 기준 최대 규모다. 종전 협상을 통해 해협을 전면 재개방하고 글로벌 경제 부담을 완화하려던 각국의 기대감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영국 해상무역운영청(UKMTO)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루 동안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및 아랍에미리트(UAE) 연안에서 총 3척의 선박이 피격됐다.
오만 리마 인근을 지나던 카타르 국적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알 레카이얏'호가 발사체에 맞아 좌측 기관실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해당 선박이 이란 측의 경고를 무시해 공격받았다고 보도했으나 배후를 직접 자처하지는 않았다. 카타르 외무부는 "국제 항행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란에 전적인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오만-UAE 국경 인근을 빠져나가던 유조선 1척이 좌측면에 타격을 입었으며, 또 다른 유조선 1척도 오만 인근 해상에서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 두 선박은 일부 손상을 입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항해를 지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 물류 전문가들은 피격된 선박들이 모두 이란 연안이 아닌 오만 해안에 가까운 우회로를 이용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자신들이 승인한 항로만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오만 연안에 가까운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을 공격해온 것으로 의심 받아왔다.
앞서 미 해군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체인 합동해상정보센터(JMIC)는 해운사들에 "오만 우회 항로를 확장했으니 안심하고 이용하라"고 공지한 바 있다. 임시 합의안에 따라 양국은 60일간 통행료 없이 선박 통과를 허용하기로 했으나, 이란 측이 향후 항로 통제권을 쥐고 통행료를 징수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미국과 걸프 지역 아랍 우방국들은 수십년간 이어져 온 공해 항행의 원칙을 깨뜨리는 이란의 통행료 징수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