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때문에"...환자 3400명 명의 털어 '셀프 마약 처방'한 의사들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
[파이낸셜뉴스] 외국인 환자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허위 처방전을 발급하고 향정신성의약품 12만여정을 불법으로 구입해 스스로 투약한 의사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뒤 부작용으로 약물 복용이 어려워지자 병원에 보관 중이던 프로포폴까지 몰래 반출해 서로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강남의 한 의원 원장인 40대 여성 A씨와 40대 남성 의사 B씨를 구속 송치하고, 병원 직원과 약사 등 사건 관계자 1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원장과 의사는 지난달 25일 구속됐으며 이들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 전원은 같은 달 30일 검찰에 넘겨졌다.
수사는 한 외국인 환자가 자신의 명의가 도용돼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허위 처방전을 작성한 의사들과 이들에게 약국을 연결해 준 직원, 처방전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의약품을 판매한 약사 등을 차례로 적발했다.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수면제 계열 향정신성의약품에 중독된 뒤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병원을 찾았던 외국인 환자 약 3400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해 허위 처방전 4331장을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서울 시내 한 대형약국을 통해 향정신성의약품 12만1849정을 구입해 각각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면서 부작용이 심해져 더 이상 약을 복용하기 어려워지자 병원 금고에 보관돼 있던 프로포폴을 무단으로 반출해 서로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함께 적발된 약사들은 기재 내용이 부실한 타인 명의 처방전을 다량으로 가져온 피의자에게 진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처방전 없이 일반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약을 판매한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타인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하거나 투약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본인 명의가 도용돼 향정신성의약품이 처방된 사실이 있는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의료용 마약류의 유통과 투약 전반에 대한 수사를 지속해 오남용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