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닉스 좌표 찍더니, 갑자기 185만원"...목표주가 신경 안쓴다면서 찝찝한 개미들 [개미의 세계]
[파이낸셜뉴스] #. 직장인 P씨(41)의 투자 루틴 중 하나는 증권사 리포트를 확인하는 것이다. 증권사 리포트가 모두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투자를 위한 참고자료로 보기에 이만한 게 없다는 게 P씨의 지론이었다. 그런데 요즘, 유난히도 변동성이 심한 장세 때문인지 P씨의 지론이 흔들리고 있다. '매수' 의견을 참고해서 SK하이닉스를 추가 매수한지 불과 며칠 만에 또 다른 증권사에서 사실상 '매도'에 가까운 '보유' 의견을 내놓는 등 말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부터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증권가가 늘어나고 있다. 진단 경향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매도 권고 리포트까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 신호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증권사의 상반된 평가다.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 '보유'와 함께 9일 종가 기준(218만6000원)보다 현저히 낮은 185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사실상 투자의견만 '보유'일뿐 사실상 '매도 권고'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이유에 대해 "인공지능(AI) 서버향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는 아직 공급 부족 시황이지만 주문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모멘텀(동력)이 둔화 중이며, 향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현재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과는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KB증권은 같은 날 "현재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고, 반도체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목표주가 420만원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증권사 두 곳이 같은 날, 같은 종목의 목표주가에 대해 200만원 넘는 괴리를 보인 것은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증권사의 이러한 시각차가 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9000을 오가며 치솟던 지난달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앞다퉈 목표주가를 높였다. 특히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역대급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발표 등 호재가 계속되면서, 증권사들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이던 분위기와는 달리, 보수적인 진단에 이어 목표주가 하향 리포트가 등장하기 시작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져가고 있다. 증권사 리포트는 '참고용'이라고 하지만, "오를 때 사라고 해서 샀더니, 이제 와서 목표주가를 낮추는 것이냐"라는 볼멘소리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중요한 건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목표주가 자체보다 그 근거가 된 가정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리포트는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시각인 만큼, 각 증권사의 목표주가 판단 기준을 찾아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가령 BNK투자증권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로 제시한 185만원은 "하이퍼스케일러의 인프라 투자가 둔화된다"는 가정 위에 서 있고, KB증권의 420만원은 "AI 수요가 구조적으로 지속된다"는 가정 위에 서 있다. 두 가정 중 어느 쪽에 더 동의하는지가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 단일 리포트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도 금물이다. BNK투자증권의 185만원 리포트가 나온 날, 다수 증권사는 여전히 400만원 이상의 목표가를 유지했다. 185만원과 420만원 사이 어딘가에 정답이 있을 수도 있고, 둘 다 틀릴 수도 있다. 목표주가라는 숫자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증권사의 판단 근거와 시장에 대한 시각을 두루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