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용인반도체에도 필요한 것은 '속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을 투자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속도는 숨 가쁠 정도다.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사업 추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6일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입지로 결정했다. 투자계획 발표와 부지 선정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일주일. 광주 군공항 부지는 이미 평탄화가 이뤄져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선정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9일에는 광주 군공항 부지와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속도전에 호남 반도체 완공 시점을 이재명 정부 임기 내인 2030년으로 제시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약속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호남 반도체가 2026년 말 또는 2027년 초 착공해 2028년 전력·용수 공급, 2030년 양산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당초 '조감도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회의론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호남 반도체가 속도를 내는 사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관심의 중심에서 비켜났다. 기업들은 당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우선 조성한 뒤 호남 팹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직접 설득해 '용인·호남 동시 추진'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토지보상, 이주대책, 부지 조성공사, 전력·용수 공급, 도로와 폐수 처리시설 구축 등 선행 절차가 산적한 상태다. 특히 국가산단은 단순한 토지 매입 사업이 아니다. 주민 생활권 이전, 영업 보상, 이주단지 조성, 민원 대응 등이 맞물려 있어 보상 절차가 길어질수록 착공 시점도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용수 확보도 핵심 변수다. 용인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일반산단에 물을 공급할 용수공급 통합관로 사업은 현재 2034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팹 가동 시점을 앞당기려면 용수관로 준공 일정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삼성전자 국가산단 3~6기 팹과 SK하이닉스 3·4기 팹까지 고려하면 용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단은 전력과 용수만 갖춰진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장비와 자재가 반입되고 협력사 인력이 상시 이동하는 만큼 도로와 물류망, 폐수처리시설, 환경 인허가, 안전관리 체계까지 유기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팹 착공이 빨라도 협력사 입주가 늦으면 운영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협력사 입주 부지와 임대공장, 공동 물류센터, 장비 유지보수 거점 역시 부지 조성 단계부터 함께 계획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인공지능(AI) 경쟁의 속도전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누가 얼마나 더 빨리 선점하느냐, 누가 더 빠르냐로 결판이 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호남뿐 아니라 용인에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
때마침 삼성전자가 용인 반도체 첫 번째 팹의 가동 시점을 2029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2년가량이 소요되는 만큼 1기 팹이 2029년에 가동되려면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되고, 내년에는 착공과 함께 본격적인 골조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
호남과 용인의 경쟁은 어느 한쪽의 승부가 아니다. 두 축이 함께 돌아가야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이제 두 클러스터의 첫 팹 완공과 가동 시점은 사실상 비슷해졌다.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했다면 그 원칙은 용인에도 흔들림 없이 적용돼야 한다. 그래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추진에 담긴 정부의 진정성도 비로소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