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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벽 깬 서울시향…K클래식, 새 이정표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3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공연이 열렸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지난 3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공연이 열렸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이사가 프레스 살롱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이사가 프레스 살롱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지난 5월 제81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모습.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축제 제공
지난 5월 제81회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모습.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축제 제공
프라하 시민회관. 프라하 관광청 공식 누리집 갈무리. 뉴스1
프라하 시민회관. 프라하 관광청 공식 누리집 갈무리. 뉴스1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공연 준비 중인 서울시향 단원들. 연합뉴스
공연 준비 중인 서울시향 단원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K클래식은 국제 콩쿠르를 휩쓰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클래식계의 상징적인 무대까지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임윤찬이 지난해 조성진에 이어 독일 클래식 음악상인 '오푸스 클라시크(OPUS KLASSIK)'의 '올해의 기악연주자상'을 받으며 한국 연주자들의 위상을 높였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는 지난해 247년 역사상 처음으로 정명훈을 아시아 출신 음악감독으로 선임했다. 정명훈은 오는 12월 시즌 개막작 '오텔로'를 통해 음악감독으로서 첫 무대를 선보인다. 80여 년 역사의 체코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올해 진은숙을 상주 작곡가로 위촉한 데 이어, 내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역사상 첫 비유럽권 개막 공연 악단으로 선택했다.

■유럽의 벽 깬 서울시향…'프라하 봄' 개막 무대로
서울시향이 2027년 체코에서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제82회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축제' 개막 공연을 맡는다. 비유럽권 교향악단으로는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체코필, 베를린필, 빈필 등 정상급 악단들이 올랐던 개막 무대에 서울시향이 오르게 된 것이다.

정재왈 서울시향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프레스살롱에서 "정상급 오케스트라들과 직접 비교받는 무대인만큼 영광인 동시에 큰 부담"이라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유럽에는 오래된 음악축제가 많지만 오케스트라에게 가장 상징적인 무대는 프라하 봄이라고 판단했다"며 "직접 참가 의사를 전달했고, 서울시향에 대한 좋은 평가와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국제적 명성이 더해지면서 논의가 빠르게 진전됐다"고 돌이켰다.

축제 개막일인 5월 12일은 체코의 국민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서거일이다. 프라하 봄은 매년 그의 대표작인 교향시 '나의 조국' 전곡으로 축제의 막을 올린다. 서울시향도 2027년 개막 무대에서 이 작품 전곡을 두 차례 연주한다.

정 대표는 이번 초청의 배경으로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꼽았다. 그는 "예전처럼 한국을 설명해야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서울시향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세계 음악계의 한 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류가 쌓아온 한국의 이미지와 신뢰가 클래식 분야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체코의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 역시 초청 성사에 우호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 대표는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가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고, 프라하공항에는 한국어 안내가 도입될 정도로 양국의 교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해외 거장들의 입소문이 만든 신뢰
서울시향의 자체 경쟁력도 이번 초청을 이끈 중요한 요인이다. 뉴욕 카네기홀 공연과 아시아 최초 도이체 그라모폰(DG) 장기 녹음 계약, 지속적인 해외 투어가 국제적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여기에 서울시향은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체제에서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꾸준히 협업하며 연주의 수준도 올라갔다.

정 대표는 "빈필과 베를린필 출신 연주자들이 서울시향과 작업한 뒤 높은 평가를 했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해외 음악계에서 서울시향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며 "구스타보 두다멜도 서울시향을 이미 자세히 알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상 변화는 해외 공연 계약에서도 드러난다. 정 대표는 "이제는 자체 예산만 들여 해외 공연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전체 비용을 모두 충당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현지 체재비와 상당한 수준의 출연료를 받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이번 무대를 계기로 서울시향의 몸값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단원들의 자신감도 달라졌다. 그는 "단원들 사이에서도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확신이 생겼다"며 "객원 지휘자나 연주자가 누구든 쉽게 흔들리지 않는 오케스트라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연주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다듬는 과정이 축적되면서 이제는 기본기가 무너지지 않는 악단이 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체코를 대표하는 작품 '나의 조국'은 평소 연주한 적이 거의 없어 서울시향과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정 대표는 "체코인들에게 상징적인 작품인 만큼 부담도 크지만, 음악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새로운 '나의 조국'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럽 콩쿠르 결선, 국내서 최초 개최
유럽 클래식계의 변화는 콩쿠르에서도 확인된다. 벨기에 이자이 국제 음악 콩쿠르는 올해 처음으로 최종 결선을 한국에서 열었다. 해외에서 창설된 국제 콩쿠르의 결선이 국내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유럽 클래식 시장이 관객 고령화와 시장 정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반면, 아시아는 연주자와 관객, 공연 인프라가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콩쿠르 측은 "매년 수백 명의 지원자 가운데 상당수가 아시아 출신"이라며 "한국에 훌륭한 파트너가 있었기에 주저없이 결선 개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2026 이자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이세나(11)가 주니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이번 결선은 이자이 국제음악콩쿠르 본부와 한국국제예술학교가 공동 개최했다.

이자이 국제음악콩쿠르 한국서 첫 결선. 프레인글로벌 제공
이자이 국제음악콩쿠르 한국서 첫 결선. 프레인글로벌 제공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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