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1g 넣었더니 수소 1L가 나왔다 [언박싱 연구실]
<51> 이화여대 화공신소재공학과 김우재 교수팀
뒤섞인 플라스틱에서 청정수소 뽑아내는 촉매 공정 세계 최초 개발
1000도 고온 대신 300~400도 상압에서 분해… 공정 복잡성 대폭 낮춰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 최소화하고 탄소는 고체로 모아 친환경적 기술
[파이낸셜뉴스] 이화여자대학교 화공신소재공학과 김우재 교수팀이 별도의 분리수거 과정 없이 다양한 종류가 뒤섞인 혼합 폐플라스틱에서 이산화탄소의 직접 배출을 최소화하며 청정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촉매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수거와 선별 비용을 낮춰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되던 플라스틱을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로 만들어진 청정수소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차적인 효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수소가 전 세계가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는 미래 저탄소 산업 전반의 지형을 바꿀 핵심 원료이자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먼저 우리 삶과 밀접한 에너지 및 모빌리티 분야가 바뀐다. 매연을 내뿜는 화력발전소 대신 이 청정수소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친환경 발전이 가능해진다. 도로 위에서는 맑은 물만 배출하는 수소차와 수소 버스, 수소 트럭 등 차세대 미래형 교통수단들이 달릴 수 있도록 깨끗하고 풍부한 연료를 공급하게 된다.
더 나아가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거대 제조 공정들까지 저탄소 형태로 탈바꿈시킨다. 대표적으로 철을 만들 때 엄청난 양의 석탄을 태우는 대신 수소를 사용해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 환원제철 공정이 이 기술을 통해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탄소 배출 규제가 까다로워진 항공 업계의 필수 과제인 지속가능 항공유 제조에 쓰이거나, 석유화학 제품을 저탄소 친환경 방식으로 제조하는 등 대규모의 깨끗한 수소가 꼭 필요한 미래 핵심 산업들의 심장 역할을 해낼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한 해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4억t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다시 자원으로 쓰이는 비율은 9%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땅에 묻히거나 태워 없애는 실정이다. 특히 투명한 음료수 페트병을 제외한 플라스틱은 종류별로 일일이 골라내기가 어려워 대부분 태워서 열을 회수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리되었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 쓰이던 플라스틱 가스화 기술은 800도에서 1000도에 이르는 매우 높은 온도가 필요해 에너지 소모가 컸다. 연구팀은 이런 고온 방식 대신, 훨씬 낮은 섭씨 300도에서 400도의 온도와 일반 대기압 수준에서 수산화나트륨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알칼리 열처리 기술에 주목했다.
먼저 연구팀은 기존에 연구해 오던 해조류나 폐목재 기반의 수소 생산 기술을 플라스틱에 적용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반응성이 낮아 수소로 잘 바뀌지 않던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 성분을 공기 중에서 열산화시키는 전처리 과정을 고안했다. 이 과정을 통해 플라스틱 분자 사슬에 산소를 집어넣어, 수소 생산 반응이 잘 일어나는 상태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전처리를 거친 플라스틱들을 정교한 사전 선별 작업 없이 페트와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이 한데 뒤섞인 혼합 폐플라스틱 상태 그대로 알칼리 열처리 공정에 투입해 수소를 뽑아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선별되지 않은 혼합 폐플라스틱 상태에서 청정수소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증명해 냈다. 이는 실제 쓰레기 처리 현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막대한 선별 비용과 복잡한 공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 1g에서 얻을 수 있는 수소의 양을 표준 상태 기체 부피로 환산하면 다음과 같다. 실험 결과, 페트 1g에서는 약 1L, 폴리에틸렌 1g에서는 약 1.2L, 폴리프로필렌 1g에서는 약 0.7L의 수소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수소의 순도 역시 뛰어나서, 각각 개별적으로 전처리한 폴리에틸렌에서는 94% 이상, 폴리프로필렌에서는 91%를 넘어서는 고순도의 청정수소를 얻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공정의 핵심 장점은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탄소 성분이 공기 중으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가스 상태로 직접 배출되는 것을 크게 억제한다는 점이다. 탄소 성분의 일부는 수산화나트륨과 반응하여 고체 형태인 탄산나트륨으로 전환되어 내부에 갇히게 된다. 비록 분해된 탄소의 절반가량은 액체 상태인 타르나 왁스로 남지만,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기체 탄소를 크게 줄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논문에 따르면 이 고체 탄산나트륨을 추가적인 후속 공정을 통해 탄산칼슘으로 재전환하면 시멘트나 종이, 페인트 등의 산업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가지고 있다.
생산 공정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시뮬레이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페트를 기준으로 봤을 때 기존 가스화 방식은 수소 1㎏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20.7㎏을 배출했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알칼리 열처리 기술은 10.9㎏만 배출해 배출량을 절반가량 줄였다. 특히 폴리에틸렌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83㎏까지 낮아져, 현재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수소 생산 방식인 수증기 메탄 개질 공정의 배출량인 8㎏에서 10㎏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이번 기술이 미래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기존 상용 기술과 견줄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