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배도 헬기도 못 뜬 가파도… 환자 약은 드론이 전달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강풍에 선박·헬기 운항 중단
지병 환자 필수 의약품 고갈
119, 의료기관·제주도와 공조
상모리서 가파도까지 10여분
초속 8~9m 강풍 뚫고 배송
섬 응급의료 보완 가능성 확인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드론배송센터에서 제주도 드론 운용 인력과 소방대원들이 강풍으로 선박과 헬기 운항이 중단된 가파도에 보낼 긴급 의약품을 드론에 싣고 있다. 드론은 초속 8~9m의 강풍 속에서 10여분을 비행해 현지 전문의용소방대원에게 의약품을 전달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드론배송센터에서 제주도 드론 운용 인력과 소방대원들이 강풍으로 선박과 헬기 운항이 중단된 가파도에 보낼 긴급 의약품을 드론에 싣고 있다. 드론은 초속 8~9m의 강풍 속에서 10여분을 비행해 현지 전문의용소방대원에게 의약품을 전달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강풍으로 배와 헬기가 모두 멈춘 제주 가파도에서 지병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드론으로 긴급 배송했다. 정기 물류에 활용하던 드론이 섬 지역의 응급의료 공백을 메우는 대체 수단으로 투입된 사례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가파도에 머물던 관광객이 지병으로 복용하던 필수 의약품이 떨어졌다는 신고가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당시 기상 악화로 가파도 여객선 운항이 중단됐고 소방헬기와 함정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환자 이송이나 의약품 전달 수단이 모두 막혔다.

119종합상황실은 가파 전문의용소방대와 연락해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영상통화로 응급처치를 안내하고 혈압과 혈당 등을 점검했다. 환자에게 기력 저하 증상이 나타나자 의료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의약품을 확보한 뒤 제주도에 드론 배송을 요청했다.

드론은 원격 또는 자동항법으로 운항하는 비행체다. 도로와 항로가 끊긴 상황에서도 작은 화물을 빠르게 옮길 수 있어 섬 지역 의약품 배송과 재난 대응 수단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당시 가파도 일대에는 초속 10m 안팎의 돌풍이 불었다. 정기 배송일도 아니어서 현장에 드론 운용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제주도는 드론 컨소시엄에 긴급 운항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조종전문관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드론배송센터로 보냈다. 제주도와 소방 인력은 현장 풍속과 비행 경로를 점검한 뒤 의약품을 실은 드론을 띄웠다.

비행 당시 풍속은 초속 8~9m에 달했다. 강한 바람에 기체가 기울어지는 상황에서도 실시간 영상으로 항로를 확인하며 운항을 이어갔다. 드론은 출발한 지 10여분 만에 가파도에 착륙했다. 현장에서 기다리던 가파 전문의용소방대원이 의약품을 인계받아 환자에게 전달했다.

이번 배송에는 제주도가 지난 4월부터 운영해 온 의료물류 실증 경험이 활용됐다. 도는 서귀포시 서부보건소 옥상에 드론 착륙장을 설치하고 가파보건진료소를 연결하는 항로에서 의료소모품 배송과 폐의약품 수거를 반복해 왔다.

훈련용 항로와 운항 절차를 미리 마련해 둔 덕분에 정기 운항이 아닌 긴급 요청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드론 배송이 생활 편의 서비스에서 응급의료와 재난 대응 기반으로 역할을 넓힌 셈이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배와 헬기가 끊긴 상황에서 드론이 환자에게 약을 전달한 사실상 유일한 통로였다"며 "재난·의료 위기에서 긴급 물품 이송 보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진수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장은 "관계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배가 끊기는 섬 지역에서도 응급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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