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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자료 8상자 17년째 미등록… 제주4·3평화재단 관리 전반 '구멍'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도감사위 종합감사서 행정상 조치 26건
장학생 선발 기준 위반·임의 지급
수장고를 창고·직원 휴게실로 사용
출연금 5억9029만원 재교부 부적정
미등록 업체에 시설 안전점검 맡겨
관련 직원 6명 훈계·주의 요구

제주4·3평화재단기념관 전경.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는 제주4·3평화재단 종합감사에서 장학생 선발과 소장자료 보존, 출연금 집행, 시설 안전관리 등과 관련해 행정상 조치 26건과 직원 6명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공
제주4·3평화재단기념관 전경.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는 제주4·3평화재단 종합감사에서 장학생 선발과 소장자료 보존, 출연금 집행, 시설 안전관리 등과 관련해 행정상 조치 26건과 직원 6명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사진=제주4·3평화재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4·3의 기록과 추모 공간을 관리하는 제주4·3평화재단에서 장학생 선발부터 소장자료 보존, 출연금 집행, 시설 안전점검까지 기관 운영 전반의 허점이 드러났다. 특히 제주도로부터 넘겨받은 4·3자료 8상자를 17년 동안 전산 등록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유물 보존 공간 일부를 일반 창고와 직원 휴게실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감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9월 이후 제주4·3평화재단이 처리한 업무 전반을 감사한 결과 행정상 조치 26건과 직원 6명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요구했다.

행정상 조치는 시정 2건, 주의 10건, 개선 3건, 통보 11건이다. 신분상 조치는 훈계 3명과 주의 3명이다. 감사는 지난해 9월 24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됐으며 결과는 지난 13일 공개됐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4·3 관련 소장자료 관리다. 제주도는 2008년 제주4·3평화공원과 평화기념관 운영을 재단에 맡기면서 기록물과 유물, 기증자료 등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자료 8상자는 출처와 취득 시점, 수량이 명확하게 기록되지 않았다. 재단도 해당 자료를 문화유산 표준관리시스템에 등록하지 않고 지난해 10월 감사 때까지 일반수장고 상자에 보관했다.

문화유산 표준관리시스템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소장품의 출처와 상태, 보관 위치 등을 전산으로 관리하는 체계다. 등록되지 않은 자료는 이동과 훼손 여부를 추적하기 어렵고 분실돼도 책임 소재를 확인하기 힘들다.

재단은 규정상 매월 소장자료 상태를 점검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제주도에 수탁재산 관리 상황을 해마다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2008년 업무를 맡은 뒤 단 한 차례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장고 운영도 부실했다. 유물정리실과 수장영역홀은 자료를 정리하고 온도·습도 변화를 막는 보존 공간이지만 재단은 일부를 일반 창고와 직원 휴게실로 사용했다. 외부 출입을 제한해야 할 수장영역홀 출입문도 상시 개방했다.

전시 작품의 손상 징후도 방치됐다. 제주4·3평화기념관 상설전시실에 설치된 원화 작품에서 캔버스가 불룩하게 변형되는 현상이 발견됐지만 정밀 상태조사나 임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위는 전문기관 조사를 거쳐 보존처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장학사업에서는 공고된 선발 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재단은 같은 세대에서 2명 이상이 지원하면 1명만 선발하도록 규정하고도 2023년 동일 세대 학생 2명에게 각각 200만원과 50만원을 지급했다.

기탁자가 성적과 경제적 여건, 지역사회 기여 의지를 고려해 여대생을 뽑아 달라고 지정한 장학금도 별도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재단은 일반 제주4·3장학금 선발자 가운데 여학생 1명을 임의로 골라 2023~2025년 매년 200만원을 지급했다.

일반 장학금도 사업 목적과 선발 결과 사이에 간극이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의 생활비 지원을 목적으로 내걸었지만 해당 기준으로 선발된 인원은 2023년 33명에서 2025년 7명으로 줄었다. 반면 4·3 관련 행사 참여 실적과 가치관 평가 등으로 선발된 인원은 같은 기간 1명에서 14명으로 늘었다.

감사위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유족 후손을 제대로 발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다시 설계하고, 일반 장학금과 지정기탁 장학금의 심사표를 분리하라고 통보했다.

재단 출연금의 민간단체 재교부도 도마에 올랐다. 재단은 제주도에서 받은 출연금 가운데 202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5억9029만원을 한 민간단체의 직원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지급했다.

감사위는 출연기관이 제주도로부터 받은 자금을 법적 권한 없이 보조금 형태로 다시 교부했다고 판단했다. 지원금 정산 과정에서도 일부 행사비는 영수증 없이 계좌 이체 내역만 제출됐지만 재단은 적정한 집행으로 처리했다.

제주도는 재단의 사업계획과 결산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이런 지급 방식을 알고도 2016년부터 10년간 별도의 시정 조치 없이 예산을 교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위는 민간위탁 전환 등 적법한 지원 구조를 마련하고 재단의 자체 보조금 관리 규정을 정비하라고 요구했다.

제주4·3평화공원의 안전관리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재단은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제주4·3평화기념관 정기안전점검 4차례를 관련 법령에 따라 등록된 전문기관이 아닌 건축사사무소에 맡겼다.

점검 보고서에서 외벽 균열과 누수, 마감재 손상에 대한 보수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제시됐지만 시설물 관리계획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평화공원 입구 조형물인 문주도 전체 70경간 중 8경간만 보수됐으며 나머지 62경간에서 부식과 손상이 확인됐다.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도 벽체 균열과 천장 누수, 난간 손잡이 부식, 외부 통로 균열이 발견됐지만 보수·보강 계획이나 제주도 보고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

계약과 인사 업무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공사와 물품 사업을 용역으로 계약하거나 선금을 한도보다 많이 지급한 사례, 선금·하자보수 채권을 확보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승진 인사 기준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개인 근무성적평정 결과의 열람과 이의신청 절차를 두지 않은 점도 개선 대상으로 지적됐다.

제주4·3아카이브에는 기록물 8669건이 등록돼 있지만 이 가운데 5567건인 64.2%가 비공개 자료다. 재단은 비공개 사유와 열람 신청 절차, 이용자의 책임 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이용자의 정보 접근을 어렵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위는 제주4·3평화재단에 소장자료 등록과 수장고 재정비, 장학금 심사기준 개선, 시설 보수·보강, 계약·인사 제도 정비를 요구했다. 제주도에도 재단 출연금과 위탁재산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도록 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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