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범 제주도의원 "제2공항 갈등기구만 늘려선 안 돼… 역할부터 정해야"
갈등해소 추진단·민관협의회 신설 추진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도 운영
유사 기능 중복·행정 혼선 우려
환경영향평가 연계 방안 불분명
권한·책임과 의사결정 절차 주문
"공정성·중립성 확보가 신뢰 좌우"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해 여러 조직과 협의체가 동시에 가동될 경우 역할 중복과 책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주도의회에서 나왔다. 협의기구를 늘리기에 앞서 누가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며 최종 결정을 내릴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따르면 강정범 도의원은 제452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민선 9기 도정이 추진하는 제2공항 갈등관리 체계를 점검했다.
제주도는 제2공항 갈등해소 추진단과 제2공항 갈등해결 민관협의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는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도 운영할 계획이다.
강 의원은 "세 기구의 기능과 권한이 구체적으로 구분되지 않으면 같은 이해관계자에게 비슷한 의견을 반복해서 듣거나, 부서마다 다른 결론을 내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2공항 갈등해소 추진단은 관련 부서의 업무를 조정하고 행정 대응을 총괄하는 내부 조직에 가깝다. 민관협의회는 주민과 전문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쟁점을 논의하는 소통기구의 성격을 띤다.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기되는 환경·입지 쟁점을 조정하기 위한 협의체다. 각 기구의 성격은 다르지만 참여자와 논의 대상이 겹치면 회의 결과를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혼선이 생길 수 있다.
강 의원은 "제2공항은 10년 넘게 이어진 제주사회의 대표적인 갈등 현안"이라며 "새 조직과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기존 부서와의 역할, 권한과 책임, 업무 연계성을 정하지 않으면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선 9기 정책과제에 포함된 중점평가사업과 현재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의 관계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점평가사업은 제주도정이 사업의 중요도와 영향 등을 고려해 진행 상황과 성과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뜻한다. 그러나 도정의 정책평가와 법정 환경영향평가는 목적과 절차가 다른 만큼 두 과정의 결과를 어떻게 연결할지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이 자연과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절차다. 갈등관리기구의 논의가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적 판단을 대신하거나 특정 결론을 미리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
반대로 환경영향평가에서 확인된 쟁점이 주민과의 갈등 조정 과정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협의체가 실질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어렵다. 평가와 소통 절차를 분리해 운영하되 정보와 논의 결과를 연결할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강 의원은 "교통·항공 부서와 환경 부서, 도지사 직속 갈등관리기구가 맡을 업무를 구분하고 기구 간 협의 절차를 문서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결과의 처리 방식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주민과 전문가가 제안한 의견을 어느 부서가 검토하고, 수용 여부와 이유를 누가 공개할지 정하지 않으면 협의기구가 의견을 듣는 형식적 절차에 머물 수 있다.
강 의원은 갈등관리 체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요구했다. 위원 구성 기준과 찬반 의견의 균형, 회의 공개 범위, 자료 제공 원칙, 이해충돌 방지 기준 등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갈등관리 체계는 사업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도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서 간 업무 중복을 막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갖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2공항 갈등관리의 성패는 협의체 수보다 권한과 책임, 정보 공개, 결과 반영 절차를 얼마나 명확히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제주도가 각 기구의 역할을 구분한 운영계획을 제시하고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소통을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