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직접 사 오세요"…주류업체 담합 탓에 영업방식 바꾼 제주 식당 [어떻게 생각하세요]
[파이낸셜뉴스] 제주에서 주류 업체 간의 이른바 '상도덕' 관행 탓에 납품업체를 바꾸지 못한 한 식당이 결국 손님이 직접 술을 사 오도록 영업 방식을 바꿨다는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제주도의 한 식당에 붙은 안내문 사진이 화제가 됐다.
지난 10일 제주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가 자신의 SNS에 "악행은 사라져야 한다. 왜 우리가 을이어야 하냐"는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이 확산하면서다.
해당 안내문은 A씨와 지인 관계에 있는 식당 사장 B씨가 제작해 본인의 식당에 붙여둔 것으로 전해졌다.
안내문에 따르면 B씨는 약 10년간 거래해온 주류업체 C사가 다른 업체보다 소주 한 상자당 최대 1만원 가량 비싸게 납품해온 사실을 알게됐다.
배신감을 느낀 B씨는 C사와의 거래를 끊고 다른 업체와의 거래를 알아봤지만, 도내 모든 주류업체로부터 '상도덕'이라는 이유로 거래를 거부당했다.
B씨는 "주류 회사들끼리 서로 연계돼 있어 저희 매장과는 거래할 수 없다고 했다"며 "'담합' 대신 '상도덕'이라는 말을 쓰면서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댓글을 통해 "제주도에서는 다른 업체의 거래처를 뺏으면 안된다는 이유로 다들 상도덕이라며 받아주는 곳이 없다"며 "첫 주류업체를 선택할때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류업체의 카르텔성 관행으로 주류 납품을 받을 수 없게 된 B씨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손님이 외부에서 직접 구매한 주류를 가져와 마실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B씨는 "관할 위생 담당 부서와 세무서 등에 문의한 결과, 손님이 직접 구매한 주류는 반입해 마실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원이 손님 카드를 받아 대신 술을 구매해 제공하는 행위는 주류 관련 법에 어긋날 수 있어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B씨는 "손님께서 직접 주류를 구매해 오셔야 한다"며 "고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나쁜 것들이 더 당당하다", "제주는 담합하는 쪽에 붙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더라", "주류 수익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인데 사장님 대단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이 "제주 주류업계가 담합으로 과징금을 받았다던데 아직도 그러냐"고 지적하자 A씨는 "과징금을 내고도 여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제주만 그런 것 아니다", "창원에서도 주류업체 바꾸는 것 힘들다"는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횡포를 겪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제주 지역 주류업계의 담합 행위는 이미 당국에 적발된 바 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부터 담합을 벌여온 제주지역주류도매업협회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주류협회는 '거래정상화협의회 시행규칙'을 기존에 확보한 거래처는 서로 침범하지 못하게 막고, 신규 거래처에서만 경쟁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담합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