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줄줄 새는 경찰 단속·수사 정보… 범인은 내부에 있었다 [기로에 선 보완수사권 (2)]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도박사이트 총책과 연락하거나
음주운전 아들에 숨으라고 지시
내부시스템을 사적 활용도 빈번

줄줄 새는 경찰 단속·수사 정보… 범인은 내부에 있었다 [기로에 선 보완수사권 (2)]

범죄를 척결해야 할 경찰관들이 도리어 범죄자와 결탁해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뇌물을 수수하고 사적 관계를 이용해 단속 정보를 유출하는가 하면, 증거 인멸과 수사 시스템 조작까지 감행했다. 최근 불거진 '장윤기 사태'는 이 거대한 유착을 둘러싼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4일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10년간 선고된 전현직 경찰 공무원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관련 판결문 25건을 심층 분석한 결과, 이들의 범죄 행태는 단순 정보 유출을 넘어 사법 당국의 강제수사 기능을 무력화할 만큼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었다.

특히 혈연이나 지연 등 '끈끈한 사적 관계'가 범죄의 온상이 됐다. 지난 2021년 5월 인천지법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지구대 순찰팀장 A씨는 아들의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접수하자마자 가족에게 연락해 단속을 피하도록 지시했다. 팀원들에게는 허위 보고를 하고 내부 시스템에 '불발견'으로 입력해 수사망을 따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타임라인'을 공유하며 사법 기능을 무력화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19년 수사과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B씨는 후배가 담당하던 성매매 사건의 진행 상황과 검찰의 재수사 지휘 내용 등 핵심 기밀을 선배 경찰관에게 전달했다. 다른 지방경찰청 소속 경위는 인터넷 도박사이트 총책을 수사하며 126만원 상당 금품과 향응을 받고 체포영장 집행 전날 체포 계획을 흘리기도 했다.

범행은 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고 사법 방해 행위로도 이어졌다. 지난 2023년 비위가 적발돼 직위에서 해제된 30여 년 경력의 경찰관 C씨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가짜 임시 사건을 만들어 타인의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한 뒤 유출했다. 이밖에 사적으로 친구들의 수배 여부를 조회하며 시스템 목적란에 허위 사유를 입력해 공적 시스템을 사유화한 사례도 판결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형법 제127조에 규정된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 정지'로 벌금형 규정은 없다. 다만 허위 사유를 입력해 전산망을 조회한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죄' 등이 함께 경합하면 법원이 최종 형량으로 벌금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법정형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기밀을 누설한 경찰관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었다. 판결문 25건의 피고인 43명을 분석한 결과, 33명(76.74%)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았다. 유형별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19명(44.19%)으로 가장 많았고, 실형 14명(32.56%), 선고유예 6명(13.95%), 벌금형 4명(9.3%) 순이었다.

그러나 사법부의 엄벌주의 기조 속에서도 실적 지상주의와 폐쇄적인 정보원 관리 관행이 유지되는 한 비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행성이 강한 마약·사행성 범죄 수사 특성상 음성적 제보에 의존하다 보니, 승진과 성과를 위해 기밀 유출쯤은 눈감아도 된다는 결과주의적 인식이 싹텄기 때문이다. 내부 전산망의 보안 허점도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시스템에 로그 기록은 남지만, 별도 비위 혐의로 수사받기 전까지 제동이 걸리지 않아 사실상 문제의식 없이 무단 조회가 남발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내부 통제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경찰권은 국가 권력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모니터링 체계 구축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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