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전쟁·학살의 현장을 평화의 길로… 제주 '4·3 평화트레일' 첫발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7월 18일 대정읍에서 첫 행사 개최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 일대 탐방 진행
전문 해설사와 함께 역사 현장 깊이 이해
환경정화 활동과 평화 메시지 작성 병행
도민과 관광객 20명 선착순으로 모집
올해 역사·평화 자원 연계해 총 4차례 운영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전경. 제주도가 오는 18일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 일원에서 제주4·3과 일제강점기 유적을 전문 해설사와 함께 걷는 ‘4·3 평화트레일’을 처음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역사 탐방과 환경정화, 평화 메시지 작성 등 시민 참여 활동을 진행한다. /사진=연합뉴스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 전경. 제주도가 오는 18일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 일원에서 제주4·3과 일제강점기 유적을 전문 해설사와 함께 걷는 ‘4·3 평화트레일’을 처음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역사 탐방과 환경정화, 평화 메시지 작성 등 시민 참여 활동을 진행한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일제강점기 군사기지와 제주4·3 학살의 기억이 겹쳐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역사 현장이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걷는 평화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1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역사를 걷고, 평화를 만나다'를 주제로 한 첫 '4·3 평화트레일'이 오는 18일 오전 10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 일원에서 열린다.

알뜨르비행장은 일제가 제주를 군사기지로 활용한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 유적이다. 일제강점기 지역 주민 동원으로 조성됐다. 현재도 들판 곳곳에 당시 일본군이 사용한 비행기 격납고가 남아 있다.

인근 섯알오름은 일제 군사시설과 제주4·3 이후의 비극이 함께 남은 장소다. 일본군이 탄약고로 사용했던 터에서 한국전쟁 발발 직후 모슬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 서부지역 예비검속자들이 집단 희생됐다.

두 장소를 함께 걷는 이번 행사는 일제강점기의 전쟁 동원과 해방 이후 제주4·3의 상처를 한 공간에서 살펴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별 유적을 둘러보는 관광보다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현장에서 이해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참가자들은 전문 해설사와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을 걸으며 유적의 형성 과정과 역사적 의미를 듣는다. 설명을 들은 뒤에는 평화의 가치와 오늘날 시민의 역할을 생각해 보는 참여 활동을 진행한다.

탐방 과정에는 '평화 쓰담달리기'도 포함된다. 쓰담달리기는 걷거나 달리면서 주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우리말로 풀어쓴 표현이다. 역사 현장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유적 주변을 직접 가꾸는 평화 실천 활동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 학살터. 섯알오름은 일제강점기 군사시설로 사용된 공간이자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제주 서부지역 예비검속자들이 집단 희생된 역사의 현장이다. 1950년 7월16일과 8월20일 이 곳에서 예비검속 명목으로 제주도민 210명이 집단 학살됐다. /사진=뉴시스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 학살터. 섯알오름은 일제강점기 군사시설로 사용된 공간이자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제주 서부지역 예비검속자들이 집단 희생된 역사의 현장이다. 1950년 7월16일과 8월20일 이 곳에서 예비검속 명목으로 제주도민 210명이 집단 학살됐다. /사진=뉴시스

참가자들은 평화 메시지를 작성하고 평화를 주제로 인증사진도 촬영한다. 프로그램을 마친 참가자에게는 평화 실천 배지를 제공한다.

첫 행사 모집 인원은 20명이다. 참여를 원하는 도민과 관광객은 오는 17일 오후 6시까지 제주도가 안내한 온라인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제주도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 모두 4차례 평화트레일을 운영할 계획이다. 회차별로 제주 곳곳의 역사·평화 자원을 선정해 탐방과 해설,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결합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제주도의 '세계평화의 섬 실천사업' 가운데 하나다.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선언을 행정행사에 머물게 하지 않고 민간단체와 시민이 교육·문화·환경 활동을 통해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민간의 제안과 참여를 바탕으로 평화교육과 문화행사, 국제교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3 평화트레일도 역사적 장소를 평화교육과 시민 실천의 공간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주에는 마을별 피해와 주민의 삶을 따라 걷는 여러 4·3길이 조성돼 있다. 현장을 직접 걷는 방식은 기록과 전시물을 통해 접한 역사를 실제 장소와 연결하고, 세대가 달라져도 4·3의 기억을 이어가는 교육 수단으로 활용된다.

평화트레일이 지속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일회성 걷기 행사보다 역사 해설의 정확성과 유적 보존, 주민 참여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탐방 과정에서 수렴한 참가자 의견을 후속 프로그램에 반영하고 다른 역사·평화 자원과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김양보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평화는 일상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며 "도민과 관광객이 제주의 역사와 평화 가치를 함께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제주4·3 #평화트레일 #평화교육 #실천사업 #학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