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개발 압력 커진 제주 곶자왈… 향후 5년 보전 기준 다시 짠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7~2031년 보전 로드맵 수립
제주연구원, 내년 6월까지 용역
공간정보·토지이용 현황 종합 분석
보호·복원·제도 개선 과제 구체화
사유지 토지주 소득 지원방안 검토
주민·전문가 참여로 실행계획 마련

제주지역 곶자왈 숲길. 제주도가 개발 압력과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할 ‘곶자왈 보전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공간정보와 토지이용 현황을 분석해 보호·복원 기준과 토지주 참여방안, 연차별 실행계획을 마련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지역 곶자왈 숲길. 제주도가 개발 압력과 기후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할 ‘곶자왈 보전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공간정보와 토지이용 현황을 분석해 보호·복원 기준과 토지주 참여방안, 연차별 실행계획을 마련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지하수와 생태계를 떠받치는 곶자왈을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보전할지 정하는 향후 5년간의 관리 청사진이 마련된다. 보호 필요성만 강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별 보전 등급과 훼손지 복원, 사유지 관리, 토지주 지원, 재원 조달을 하나의 실행계획으로 묶는 작업이다.

1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연구원이 '곶자왈 보전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계획 적용 기간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이며 용역은 내년 6월까지 진행된다.

제주도는 지난 7일 착수보고회를 열어 조사 범위와 추진 일정, 주요 검토 과제를 논의했다. 앞으로 기존 조사자료와 공간정보, 토지이용 현황을 분석하고 주민·토지주·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최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암석지대에 숲과 덤불이 발달한 제주 고유의 지형·생태환경이다. 땅속으로 물이 빠르게 스며드는 지질 특성 때문에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서식처이자 한라산과 해안 생태계를 잇는 연결축으로 평가받는다.

제주 서부지역에 넓게 분포한 곶자왈 지대 전경. 곶자왈은 한라산과 해안을 잇는 생태축이자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지하수 함양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제주도는 개발과 토지 이용 현황을 공간별로 분석해 현실적인 관리 기준을 세울 방침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 서부지역에 넓게 분포한 곶자왈 지대 전경. 곶자왈은 한라산과 해안을 잇는 생태축이자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지하수 함양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제주도는 개발과 토지 이용 현황을 공간별로 분석해 현실적인 관리 기준을 세울 방침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특별법과 관련 조례도 곶자왈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제주도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곶자왈보전위원회 운영과 보호지역 관리, 공유화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이번 기본계획의 핵심은 곶자왈의 위치와 생태적 가치, 토지 이용 상태를 공간 단위로 다시 살피는 데 있다. 같은 곶자왈 권역 안에서도 식생과 지질, 훼손 정도, 주변 개발 상황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관리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곶자왈은 사유지 비중이 높아 공익적 보전과 개인의 재산권을 어떻게 조화할지도 오랜 과제다. 보호지역으로 관리하면 개발행위가 제한될 수 있지만, 토지주가 체감할 보상이나 소득 대안이 부족하면 보전정책의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제주도는 보호지역 안의 토지주가 보전에 참여하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기본계획에 담을 예정이다. 생태관리와 환경교육, 제한적 탐방 프로그램, 보전협약 등 지역 여건에 맞는 참여 모델을 검토한다.

제주지역 곶자왈 숲. 제주도는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과 토지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생태보전과 환경교육, 제한적 이용이 조화를 이루는 관리방안을 검토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지역 곶자왈 숲. 제주도는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민과 토지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생태보전과 환경교육, 제한적 이용이 조화를 이루는 관리방안을 검토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토지를 공공이 매입해 보전하는 곶자왈 공유화 사업과 세제 지원, 생태계서비스 보상 등 기존 제도와의 연계도 살필 필요가 있다. 제주도세 감면 조례에는 곶자왈 공유화 사업이나 보전 활동과 관련한 세제 지원 근거가 마련돼 있다.

훼손된 지역의 복원 원칙도 구체화한다. 과거 농경지와 목장, 임도, 관광·개발시설 등으로 이용됐거나 외래종이 확산한 지역을 조사해 복원 우선순위와 방법을 정할 계획이다.

복원은 나무를 심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형과 물의 흐름, 기존 식생, 주변 생태축을 함께 살펴 자연적인 회복을 유도하거나 필요한 구간만 인위적으로 정비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관리방안도 중요해졌다. 기온과 강수 패턴 변화는 곶자왈 식생과 야생생물 서식환경, 산불·병해충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장기적인 생태 변화와 지하수 함양 기능을 지속해서 관찰할 조사체계가 필요하다.

제주지역 곶자왈 습지. 곶자왈은 암석지대와 숲, 습지가 어우러져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공간을 형성한다. 제주도는 훼손지역 복원과 생태 변화 관찰, 지하수 함양 기능 보전을 기본계획의 주요 과제로 다룬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지역 곶자왈 습지. 곶자왈은 암석지대와 숲, 습지가 어우러져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공간을 형성한다. 제주도는 훼손지역 복원과 생태 변화 관찰, 지하수 함양 기능 보전을 기본계획의 주요 과제로 다룬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이번 계획에는 곶자왈 현황과 전망 분석, 보전 목표와 추진 방향, 주요 보전 시책, 복원사업, 토지주 참여방안, 재원 조달과 연차별 실행계획이 담긴다.

행정계획과 예산의 연결도 관건이다. 기본계획에 사업 목록만 나열하기보다 담당 부서와 추진 시기, 필요한 예산, 성과 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계획이 실제 보전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과 토지주, 환경단체, 연구자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 절차도 단계별로 진행한다. 보호 기준과 이용 범위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하면 현장 갈등이 커질 수 있어 조사 결과와 정책 대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기본계획의 성패는 곶자왈의 가치를 다시 선언하는 데 있지 않다. 개발 압력이 높은 지역을 어떤 기준으로 보호하고 훼손지를 어떻게 복원할지, 사유지 토지주에게 어떤 참여 경로와 지원을 제공할지를 실행 가능한 제도로 제시하는지가 핵심이다.

임홍철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곶자왈은 제주의 지하수와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보전과 지역사회 조화를 위한 지속 가능한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제주 곶자왈 #지하수 #생태계 #보전 #관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