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1·2호기 연장땐 전력공백 메워… 원안위 검토작업 가속 [반도체 전력대책 속도]
서남권 클러스터 막대한 전력 필요
태양광은 일사량 따라 출력 달라져
안정공급 위해 불가피한 카드지만
계속운전 여부는 '원안위' 권한
심사 전 정치적 영향 미칠까 우려
정부와 여당이 한빛원전 계속운전을 선택한 것은 사실상 불가피한 카드로 분석된다. 800조원 넘게 투입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막대한 양의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서남권 지역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충분하지만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고, 신규 발전원을 단기간에 확보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기존 설비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카드로 남았다. 다만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는 당정이 아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자적 권한이라는 점에서 당정 합의가 원안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간헐성의 한계…원전 계속운전 선택
15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서남권 지역은 이미 태양광 발전 설비가 밀집해 있어 맑은 날 한낮이면 발전량이 수요를 초과해 출력제한 조치가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곳이다. 실제로 전남은 지난해 82회의 출력제어를 시행했는데,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면서 매년 그 횟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 반도체 팹처럼 24시간 정밀공정을 요구하는 대규모 수요가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태양광은 일사량에 따라 출력이 요동치는 만큼 반도체 공정이 요구하는 미세한 전압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배터리 등 저장장치로 이를 보완하기에는 아직 규모나 경제성이 부족하다.
정부와 여당이 결국 한빛원전 계속운전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이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상쇄할 기저전원이 현재로서는 원전 외에 마땅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약 6.3기가와트(GW)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1.4GW급 대형 원전 4.5기를 100% 가동해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한빛 1·2호기 계속운전이 확정되면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태양광 출력이 떨어지는 야간이나 흐린 날에도 전력 공급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대다. 아울러 신규 발전원 확보에 걸리는 시간을 벌면서 송전망 확충 등 다른 보완대책을 병행할 여유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팹이 순차적으로 준공될 예정인 만큼 한빛원전 계속운전만으로 필요전력을 전량 충당하기는 어렵고,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 등 보완 전원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원안위 독립성 훼손 우려
다만 이런 당정 합의가 원안위의 독립적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원전 계속운전 여부를 심사·인허가하는 것은 원안위의 독자 권한이다.
원안위는 밀려 있는 다수의 원전 계속운전 신청을 순차적으로 심사해야 하는 구조인데, 정치권이 특정 원전의 처리 방향에 사실상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되면 다른 원전 심사와의 형평성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안위는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권고에 따라 독립성을 보장받는 기구로 설계됐다. 이 구조상 국무총리조차 개별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 여부를 직접 지휘·명령할 법적 권한이 없고, 여당 역시 원안위 심의에 개입할 공식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당정이 먼저 '합의'라는 형태로 방향을 못 박은 뒤에야 원안위 심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에서 절차의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규제기관의 독립적 판단이 정치적 결정을 뒤따라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안에 호남 원전 관련 내용이 담기는 것 역시 원안위 심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책 방향이 사실상 확정되는 순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안전성 평가라는 본질적 심사가 국가 에너지계획 일정에 종속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