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금도 年 100만건 넘는데… 경찰 '모든 수사' 감당할 수 있나 [기로에 선 보완수사권 (3)]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수사 주체, 檢 빼고 경찰로 일원화
인력확충·역량강화 등 뒷받침 전무
검찰 보완수사 업무까지 떠안게 돼
"민생사건 밀리면 피해는 국민 몫"
확대된 수사권 견제할 방안도 부재

지금도 年 100만건 넘는데… 경찰 '모든 수사' 감당할 수 있나 [기로에 선 보완수사권 (3)]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진 뒤 예상되는 또 다른 쟁점은 경찰이 기존 검사 업무까지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다. 고소·고발 반려제 폐지 이후 이미 경찰의 사건 부담은 크게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확대된 수사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현재까지는 부족하다는 점도 논쟁으로 남아있다.

15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를 수사 주체에서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직접수사와 보완수사 등 모든 수사는 경찰로 일원화된다. 그러나 매년 100만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하던 보완수사까지 떠안을 경우 업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75만2560건, 불송치한 사건은 58만774건으로 집계됐다. 한 해 동안 약 133만건을 처리했다는 의미다.

특히 2023년 11월 수사준칙 개정으로 고소·고발 사건 반려 제도가 폐지되면서 일선 수사관의 업무 부담은 이미 가중된 상황이다. 실제 수사관 1인당 연간 사건 접수 건수는 2021년 101건에서 지난해 134건으로 4년 새 32.7% 늘었다. 이런 가운데 검찰 보완수사 업무까지 경찰에 집중될 경우 민생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수사 품질이 저하돼 부실 수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의 인력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업무량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며 "인력 확충과 수사 전문성·역량 강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무조건 권한과 책임만 부여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반면 이를 견제할 통제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경찰의 중장기 정책 수립을 주도하는 경찰대 부설 치안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경찰수사 내부통제 구조의 실태분석 및 개선방안' 논문은 경찰에 수사권을 집중하려면 절차적 정당성과 사법적 완결성을 담보할 통제 구조가 전제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논문 저자인 양문상 대전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현행 팀장 중심 수사체계에서는 수사 지휘와 사건 관리, 종결 판단이 동일 지휘선상에 집중돼 사건 검증이 독립된 절차 없이 내부의 반복적 확인으로 수행된다"며 "판단과 검증이 분리되지 않은 자기검토 방식에서는 교차 검증 기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행 내부통제는 작동 시점이 종결 이후 절차에 집중돼 있고 이 구조에서는 예방적 검증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탓에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경찰 내부의 의견도 엇갈린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경찰 게시판에는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 부담이 너무 크다", "수사 경찰은 죽어날 것"이라는 등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나타내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개혁의 방향 자체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국민을 위한 접근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형사사법 개혁은 특정 기관의 기득권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만큼 실질적인 견제를 할 수 있는 외부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경찰 조직에 내부통제 제도가 미흡한 만큼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을 통한 통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 내부의 수사심의위원회를 독립적인 기구로 격상하고 위상과 권한을 강화해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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