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3.7% 인상, 벼랑끝 자영업자 어쩌나
지난해 2.9%보다 0.8%p 높아져
업종별 구분 적용 올해 또 무산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380원)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인상률은 2.9%였다. 언제나 그렇듯 공익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노측이나 사측이나 불만이 많다. 특히 올해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불만이 어느 때보다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5일 "역대 최다 부채와 경기침체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790만 소상공인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과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업종별 구분 적용은 이번에도 무산돼 기업인들의 부담을 줄여주지 못했다. 경영계는 해마다 지불능력이 열악한 숙박·음식업 등의 구분 적용을 요구해왔다. 업종 구분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요구다.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이미 3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하고 싶어도 여력이 안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위법자를 양산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져도 노측은 막무가내다. 노측도 공정을 주장하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공정인가. 현장의 사정을 누차 강조해도 매년 최저임금 논의 때는 안건을 올려놓기만 하고 성과 없이 내년으로 넘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노동자들도 절박하지만 소상공인의 사정은 더 딱하다. 그들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되면 고용을 축소하고 신규 채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용주이면서 일반 근로자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책임지는 동시에 본인의 생계도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아르바이트생보다 벌이가 적은 자영업자들이 있다. 자신들의 최저임금은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들의 목소리는 해마다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올해 최저임금 심사 논의에서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도 정식 안건으로 올랐다. 올해 처음 다룬 이 안건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 공식 의제로 다뤄질 것이다. 더구나 올해 국제노동기구(ILO)가 차량 호출, 음식 배달, 전자상거래 등 플랫폼 경제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국제 고용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이런 국제적 인정 추세를 타고 특수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논의 방안이 더 주목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새로운 의제가 주요 안건으로 추가될수록 기존에 주요 의제로 다뤄지던 업종별 구분 적용 문제는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바란다.
더 이상 최저임금 심사 논의가 형식적인 틀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운영되어선 안 된다. 지난해에 다뤘던 주제를 올해도 관행적으로 안건으로 올려 똑같은 결론을 내고 마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원점에서 다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절차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익위원들이 최종 결정하는 구조는 노사 양측의 합의를 거치지 않아 문제다.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추진단을 설치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에도 똑같은 관행이 되풀이된다면 노사는 물론 최저임금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더 깊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