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2.75%로 인상, 확장재정과 엇박자 조율을
한은은 고삐 죄는데 정부는 돈 풀기
물가·성장 다잡는 후속 정책 따라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p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6개월 만의 인상이다. 올해 안에 한차례 이상 더 올릴 수도 있다. 본격적인 긴축 시즌에 들어가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물가안정이다. 그러면서 국내 경기 상황을 유의해서 금리를 결정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연달아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물가 상승과 불황이 겹치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지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올 들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상의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것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3.0%로 높였다. 수출이 역대급 호조세를 띠어 잘하면 1조달러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을 수도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수출과 성장은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고 동시에 저성장에서 탈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확장재정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과 금리 인상은 일견 엇박자로 보인다. 한은은 통화를 거둬들이려 하는데 정부는 풀려고 하니 모순처럼 보이는 것이다. 두 마리 말로 달리는 마차에서 한쪽 마부(재정 정책)는 빨리 달리라고 채찍을 가하고, 다른 마부(통화 정책)는 줄을 당겨 속도를 늦추려 하는 것과 같다.
그런 말이 끄는 마차는 똑바로 가기 어렵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반드시 엇박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지만 통화·재정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효율성을 발휘한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권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것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숙명과도 같다. 그럴수록 정교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긴축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15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은 그 자체로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환율이 높으면 수출기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원재료를 수입하는 기업에는 원가를 상승시켜 경영환경을 악화시킨다.
물가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은 자본유출을 막고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낸다. 이번 인상으로 한미 금리 차는 1%p로 격차가 줄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자본조달에는 악재로 작용해 투자를 위축시키고 가계의 이자 부담도 늘려 소비와 내수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과 업황이 나쁜 업종에는 설상가상의 고통을 줄 수 있다. 빚을 많이 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개인 취약차주들을 위한 정부의 별도의 대책이 요구된다. 저금리는 가계대출을 확대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금리 인상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금리 결정은 여러 대내외 여건과 주변국들의 동향을 고려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연이어 금리를 올렸다. 금리 결정에는 이처럼 수십 가지의 변수가 작용한다. 시기와 인상·인하율 결정을 잘못하면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