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단타 놀이터'된 레버리지ETF, 근본적 개편 필요
시장 변동성 확대, 투자자 손실 키워
예탁금 상향 등 대책 내놨지만 미흡
한국 증시를 '초단타 놀이터'로 전락시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금융당국 수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후회했을 만큼 부작용이 컸다. 증시 왜곡과 투자자 손실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 만큼 대응이 늦어질수록 시장에 되돌리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의 일평균 회전율은 전날까지 120%에 육박했다. 일부 상품의 하루 회전율은 한때 2400%를 넘기기도 했다. 하루에 24차례 넘게 손바뀜이 이뤄진 셈이다. 반도체주의 변동성을 노린 초단타 거래가 급증하면서 '변동성 확대→레버리지 거래 증가→변동성 추가 확대'라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들 상품의 거래대금은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시장 왜곡을 키웠다.
국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소수 반도체주 쏠림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시장의 취약성을 높이고 주가 하락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한국 증시를 '오징어 게임'이나 '카지노'에 빗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코스피 사이드카는 19차례, 서킷브레이커는 5차례 발동됐다. 2002년 이후 연평균 발동 횟수와 비교하면 이례적 수준이다.
투자자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레버리지 ETF 수익률은 대부분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코스피가 9% 가까이 급락한 지난 13일에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투자자 전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하는 이례적 상황까지 벌어졌다. 투자자들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상장폐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기초자산이 하락하면 손실이 배가되는 '음의 복리 효과'에 기계적 리밸런싱(비중 조절)까지 겹쳐 낙폭을 키우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당국과 유관 기관은 보완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장 불안이 갈수록 커지자 결국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대응을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1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보완책을 최종 조율하는 등 뒤늦게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해외 유사상품 투자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장 왜곡과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시장을 정상화할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기본예탁금을 현행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정부의 보완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투자자 전용 상품으로 전환하거나 레버리지 배수를 낮추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투자자 신뢰 회복과 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