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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선박보안 현장서 시작… 여객선부터 항공모함까지 타봤죠"

배한글 기자
파이낸셜뉴스

조용현 싸이터 대표
창업 초 "배는 타봤냐"라는 말에
현장 달려가 선박 구조·문화 배워
설계 단계부터 보안 시스템 반영
직원들이 직접 승선해 제품 검증

조용현 싸이터 대표 사진=배한글 기자
조용현 싸이터 대표 사진=배한글 기자

"배를 보호하려면 먼저 배를 알아야 했습니다."

조용현 싸이터 대표(사진)가 창업 초기 조선소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배 타봤어요?"였다. 정보보안 전문가라는 경력만으로는 선박을 지킬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는 말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여객선을 타고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에도 올랐다.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미국 항공모함까지 찾아다니며 현장을 익혔다. 그가 이끄는 싸이터는 해킹으로 선박의 운항과 주요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을 막는 사이버보안 전문기업이다. 조 대표는 19일 서울 금천구 싸이터 본사에서 "사이버보안을 아무리 많이 알아도 배를 모르면 선박 보안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선박의 구조와 문화, 용어를 배우기 위해 현장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선박 사이버보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호기심에서였다. 박사과정 중 해운회사에서 선박 모형을 본 뒤 '배도 해킹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관련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혔다. 그는 선박 해킹 연구를 위해 선장과 현장 관계자들을 찾아다녔다. 남극기지로 향하는 연구선 승선 기회까지 알아볼 정도였다.

그는 "자료가 거의 없어 선장과 현직 종사자들을 찾아다니며 귀동냥으로 연구를 이어갔다"며 "현장을 알아야 제대로 된 보안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은 싸이터의 사업 방향에도 반영됐다. 대부분의 보안기업이 완성된 시스템에 보안 솔루션을 추가한다면, 싸이터는 선박 설계 단계부터 보안을 반영하는 '시큐어 바이 디자인'을 내세웠다. 선박은 수년간 건조된 뒤 수십년간 운항되는 만큼 전 생애주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조 대표는 "백신 하나 설치한다고 선박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설계 단계부터 네트워크 구조와 운영 절차까지 함께 설계해야 규제도 충족하고 실제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시행은 싸이터에 새로운 기회가 됐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선급협회(IACS)의 선박 사이버보안 규제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문의가 급증했다. 그는 이를 창업 이후 가장 큰 전환점으로 꼽았다.

조 대표는 "규제가 시행되면서 투자사와 조선소, 선주사들의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며 "대단한 예측이었다기보다 운이 좋았다. 시장이 바뀌는 시점에 준비가 돼 있었던 것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철학은 지금도 변함없다. 제품이 적용된 선박에는 개발자들도 직접 승선한다. 책상 위에서 만든 기술보다 실제 운항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다"며 "조선업은 신뢰가 중요한 산업인 만큼 현장을 얼마나 이해하는지가 결국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싸이터는 앞으로 자율운항선박과 해양 방산, 유지·보수·정비(MRO), 해상 데이터센터 등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조 대표는 "해양 사이버보안 분야의 디팩토 표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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