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동전쟁·고환율에 포퓰리즘까지… 인니 신흥국 지위 흔들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프런티어시장 강등 경고 잇따라
유가 급등 따른 국채 발행 늘자
금리상승·외국인 자금 유출 유발
대규모 복지공약도 재정부담 키워

중동전쟁·고환율에 포퓰리즘까지… 인니 신흥국 지위 흔들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이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들로부터 프런티어시장 강등 경고를 잇달아 받으며 사상 초유의 '신흥국 지위 박탈'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23일 MSCI가 강등 심사를 오는 11월로 연기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S&P 다우존스 인디시즈(DJI)가 시장 구조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인도네시아를 프런티어시장 강등 관찰대상에 올렸다. 무디스와 피치도 각각 지난 2월과 3월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의 재정 확대를 우려하며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글로벌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과 프라보워 정부의 포퓰리즘 재정정책이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피아·증시 동반 급락… 악순환에 빠진 금융시장

1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7일 종가 기준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 당 1만7921루피아를 기록했고,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연초 고점 대비 28.58% 하락한 6175.54에 마감했다. JCI는 최근 7거래일 연속 반등했지만 연간 수익률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이며, 루피아화도 한때 달러 당 1만8200루피아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보조금 부담이 커지면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이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증가가 금리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수요가 늘면서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했고,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환차손 우려가 커지며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원유 순수입국인 인도네시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올해 편성한 220억달러(약 32조7800억원) 규모의 에너지 보조금 예산이 빠르게 소진됐으며, 외신은 정부가 추가로 최소 60억달러(약 8조94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상급식 등 포퓰리즘 재정에 커지는 우려

시장 불안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프라보워 대통령의 대규모 복지 공약이다. 그는 대선 당시 주택·교육·보건 분야 지출 확대와 함께 임기 내 경제성장률 8% 달성을 약속했고, 취임 후 900억달러(약 134조1000억원) 규모 국부펀드를 출범시켰다.

대표 공약인 무상급식은 지난해 예산만 171조루피아(약 14조2785억원)가 투입됐으며 올해는 이를 두 배 가까이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급식 인프라 부족으로 지난해 중반까지 수혜 인원은 목표치인 1700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400만명 수준에 그쳤고, 식중독 사고와 부패 의혹까지 겹치며 비판을 받았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3월 급식 횟수를 주 6일에서 주 5일로 줄인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급식이 꼭 필요하지 않은 계층은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하며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리잘 시다크 네덜란드 라이덴대 경제학 교수는 독일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복지사업이 이미 빠듯한 재정 여력을 더욱 압박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속 가능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경제 분석 기관인 CEI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국가부채 비율은 GDP 대비 40.75%로 낮은 편이지만, 올해 정부 세수의 약 25%가 국채 이자 상환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세계통화기금(IMF) 권고치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정부 채무 차환 규모도 834조루피아(약 69조6390억원)에 달한다.

■"프런티어 시장으로 강등 땐 대규모 자금 이탈"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지난 13일 국가신용등급을 'BBB(안정적)'로 유지했지만, 무디스와 피치의 부정적 전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MSCI와 S&P DJI가 상장사 지분 구조와 시장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이 현실화 될 경우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잘 시다크 교수는 "자본 조달이 절실한 시기에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투자 지형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시와게 다르마 네가라 수석연구원은 "재정 리스크와 통화가치 하락이 맞물리면 투자자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국립대(ANU)의 아리안토 파툰루 연구원도 "정부의 지출 확대 기조가 계속된다면 경제는 완만한 둔화를 넘어 급격한 하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june1112@fnnews.com


#인도네시아 #자본시장 #프런티어시장 #국가신용등급 #포퓰리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