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내년 메모리 수요 50% 이상 증가… 美에도 팹 지어야"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
수급 아비규환… 빠른 증설 필요
용인반도체 용수·전력 아직 미비
성과급 논란에 "좀 더 지켜봐야"
【파이낸셜뉴스 제주=조은효 기자】 "'아비규환'이라는 말까지 써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메모리 반도체 수급난에 기업들로부터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 상황을 설명하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더 메모리 반도체 수요 공급에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은 거의 늘지 않는 반면, 메모리 칩 수요는 최소 50~60% 이상은 증가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국내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과 더불어 미국에서도 반도체 팹(공장)을 구축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美 등 전 세계 입지 놓고 검토 중
최 회장은 반도체 확보 문제가 국가안보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지금은 압력을 가하는 곳이 기업이지만 앞으로는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기 시작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현재 국내외에서 새 반도체 공장을 위한 최적의 입지를 찾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서 빠른 속도로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으며,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남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가능하다면 지어야 한다고 본다"며 "전 세계를 다 찾아서 어디가 제일 좋고 빠르고 크게 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가려서 빨리 짓는 게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처럼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미 투자를 요구한 상태다. 정부 역시 속도전으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용인 클러스터도 전기·용수 미비"
최 회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을 둘러싼 관치 논란에 대해선 "조건이 충분한지를 계속 따지겠지만, 대한민국에 필요한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다른 곳은 저희도 못 찾고 있다"며 "인프라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고, 이것을 잘해 주시면 우리는 거기다 짓겠다는 단순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당초 2045년에서 12년 앞당기기로 한 것에 대해선 "우리 내부에서도 '소화해 내는 게 그렇게 쉬운 얘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라며 "용인 역시 용수와 전력이 아직 미비하며, 나아가 중대재해 등 안전문제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반도체 '속도전'을 위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해선 "메가특구를 만들어서 지방으로 가면 52시간제 유예를 검토한다고 들었다"며 "사업주는 52시간제를 지켜야겠지만 근로자가 더 하겠다면 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안되지 않나. 자유의지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과급, 이해관계자 이익침해? 손대야"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에 대해 "모든 사람이 싫어하면 정말 문제지만 그렇게까지 보진 않는다. 좀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의 행복이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그 문제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1000조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고객사 및 인프라 확보, 자금조달 등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건 이미 고객이 있다는 이야기다. 파이낸싱 조건으로서 최소 5년 최장 15년짜리 장기계약이 존재해야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며 "고객도 찾아오고 장비와 땅, 전력도 다 매칭됐을 때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건설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전기화 사회로 가는 거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 원전부터 모든 기저 발전은 다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개선이 필요한 제도에 대해 "우리 제도는 가난하면 뭔가 줘야 하고 부자는 증세를 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중견기업이 더 이상 커지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이 성장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 성장 동력과 동기가 어디서 나오나"라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가 제안한 AI 초과이익 배분론에 대해서는 "저희가 내는 세금으로 정부가 알아서 하는 데는 아무 토를 달 이유가 없다"면서도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지만, 그게(초과이익 배분론)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개념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