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대가 치르는 '반서방 연대 CRINK' 동북아·한반도 겨눈다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美 이란 해협 역봉쇄 단행, 독재 신정 체제 내부 권력 균열 가속화
테헤란 공항서 러시아 '둠스데이' 포착, 중국 왕후닝 비밀 동선 추정
중동서 밀린 독재 카르텔, 전략적 압박점은 인태·동북아 전선으로
美 스텔스 대함미사일 엘라즘 발사 공개, 중공 A2/AD 무력화 실증
북중러 위협 맞서 미·일 '말리언트 쉴드' 총력전, 韓의 안보 해법은
미국이 이란 해협을 겨냥해 다시 시작된 해상 봉쇄 조치로 반서방 권위주의 안보 연대 카르텔 이른바 '크링크(CRINK, 중·러·이란·북한)'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대(對) 반서방 진영의 힘겨루기는 남미와 중동을 거쳐 인도·태평양 전선과 한반도 주변 공역으로 전이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압도적 위력의 공대함 미사일 엘라즘(LRASM, Long Range Anti-Ship Missile)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반서방 진영도 물러서지 않고 힘을 과시했다. 북한이 '강건함'에서 전략 순항미사일 10여발을 잇달아 쏘아 올린 역대급 포화 사격을 감행했다. 이에 호응하듯 중국도 44년 만에 태평양 공역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기습 시험 발사했다. 이처럼 힘의 충돌이 교차하며 이동하는 양상에서 동북아·한반도의 안보 셈법에 던지는 시사점을 짚어본다.
■벼랑 끝에 몰린 이란, 패닉 빠진 대리 세력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 타격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거나 수뇌부가 무력화되었을 때, 테헤란 시민들이 밤거리에서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의 신호를 보냈다. 이란의 바닥 민심은 이를 외세의 일방적 침략이 아닌, 오랫동안 억압받아온 신정 독재 정권으로부터의 해방 기회로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란 국영 매체(IRNA) 등은 최근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연일 광장에 모여 "미국에 죽음을"을 외치는 친정권 군중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체제 결속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왕립방위안보연구소(RUSI)는 이를 정권의 붕괴와 권력 공백을 가리기 위해 기획·연출된 전형적인 관제 동원 시위라며 오히려 권력의 취약성을 드러낸 행태라고 분석했다.
이는 이번 전쟁이 이란 국민 전체가 정권과 단합해 외부의 침략 세력과 벌이는 국가 총력전 형태가 결코 아니며, 독재 수뇌부를 겨냥한 군사작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그간 자제하던 미국이 최근 연일 교량 등 군사 물류망을 타격하면서도 이란 국민들의 직접적인 생존과 직결된 담수화 시설 등 주요 기간 시설을 완전히 초토화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란 자유화 이후를 겨냥한 고도의 전략적 포석으로 관측된다.
60일 기한의 평화 협상 양해각서(MOU)가 발효된 지 20일 만인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 강경파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을 기습 타격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재봉쇄를 시도했다. 미국은 이튿날인 지난 8일 해당 MOU의 전격 파기 및 무효화를 선언했고, 미 정보당국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화 재개 징후를 포착하면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 항공모함 전단 전력 등을 동원해 보복 공습을 실시했다.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 동안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해저·해상 센서망이 대량 가동됐다. 처음으로 무인잠수정과 무인 해상 자폭 드론 등이 투입돼 이란 전역의 약 300여 곳의 핵심 거점을 정밀 타격했다. 특히 15~16일엔 혁명수비대 해군의 최대 거점인 이란 남부 반다르 아바스 항구를 고립시키기 위해 해당 지역 일대의 육상 보급로 교량 6곳을 완파했다. 이번 작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군까지 참전해 예멘 후티 반군의 명줄인 사나 국제공항을 타격한 데 이어, 그간 중재역을 자처하던 파키스탄 군부마저 이란 남동부 국경 지대 타격을 방조하며 반서방 정권의 종속적 대리인 역할을 해온 무장 세력들의 군수 보급망을 끊어놓았다. 정권의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외부로 실시간 유출되는 테헤란 시민들의 소리 없는 폭격 환호 영상은 독재 체제의 물리적 붕괴가 결코 강압적인 신정체제 결속 시도로 메워질 수 없음을 증명하는 핵심 징후로 해석된다.
■테헤란 공항에 러 둠스데이 관측, 동북아로 꺾이는 도피선
지난해 6월 중순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대이란 작전은 이란이 핵무기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동시에 거머쥐고 글로벌 주요 에너지·물류 공급망을 장악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촉발됐다.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테러 후원국으로 간주되는 이란을 더이상 방치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새벽 정밀 폭격으로 이란 북부 골레스탄주의 아크 타케 전략 철도 교량이 완파되면서, 이란 해상 봉쇄의 우회로 역할을 이어가던 연간 500만t 규모의 중국행 내륙 수송망도 전면 마비됐다. 이 철도 노선을 통해 흘러 들어가던 이란산 석유화학 제품과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전략 에너지 물량의 대중국 공급선마저 물리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앞서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공항에서 포착된 러시아의 핵전쟁 지휘기 일류신-80 '둠스데이'와 중국 외교 책사 왕후닝 일행의 비밀스러운 동선은 이러한 위기감의 방증으로 관측된다.
다자 안보 공조에 소극적이었던 유럽, 나토(NATO) 회원국들도 러시아의 실존적 군사 위협과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 및 안보 확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재무장과 방위산업 혁신을 중심으로 한 '나토 3.0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달 24~25일 열린 헤이그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나토는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 및 안보 지출을 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지출은 전년대비 약 11% 증가하며 동맹 전체 안보 지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남중국해와 중남미에 이어 중동의 핵심 거점인 이란마저 체제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CRINK 카르텔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 몰렸다. 세계 에너지와 경제·군사 패권 전선에서 자신들의 생존선이 차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발리언트 쉴드 엘라즘' 반격, 한반도의 안보 셈법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병사 없이 지상 로봇(UGV)과 무인기가 러시아군의 진지를 점령하는 무인 전투의 양상은 현대 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숨 가쁜 기술 패권 경쟁 재편을 실증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실질적 훈련이 이어진 태평양 전구 최대 규모의 다영역 훈련인 '발리언트 쉴드 2026'에서는 스텔스 전략 폭격기 B-2 스피릿을 이용해 최대 16발 탑재가 가능한 지능형 스텔스 대함 미사일인 AGM-158C '엘라즘(LRASM)' 발사에 최초로 성공했다. 추정 최대 사거리는 560㎞ 이상이며, 1000파운드(약 453㎏)급의 강력한 다층 관통형 고폭 파편 탄두를 갖추고 있어 단 한 발로 항모를 격침시킬 수 있는 강력한 위력을 지녔다. 일본 해상자위대도 다국적 연합훈련인 림팩에 공고급 이지스 구축함 단 한 척만 보낸 채 핵심 전력을 이 훈련에 집중했다. 미국은 이미 한국과 일본이 보유한 F-35 등에도 장착이 가능한 엘라즘의 수출 승인 빗장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반도를 강력한 인태 전략의 전초 기지인 '불침항모'에 비유했으나, 역으로 북·중·러 입장에서는 이 핵심 거점을 무너뜨릴 경우 서방의 연합 전선 체계를 단숨에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안보 태세 본연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경계 태세를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미국 랜드연구소가 2024년 발간한 '한반도 비대칭 분쟁 평가 보고서'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보고서는 북한이 '두 개의 국가론'을 주창하며 기존의 남북 관계 설정을 전면 폐기한 행보가 평화 공존 선언이 아닌, 상대국의 전술적·심리적 경계 태세를 완화하고 무력 영토 점령 시나리오를 고도화하기 위한 전술적 위장막이라고 결론 내렸다. 역사적으로 안보불감증으로 인한 내부적 와해는 외부의 물리적 충돌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불변의 교훈을 남겼다.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필연적으로 국지전 이상의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통찰은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를 통한 강력한 힘의 균형과 대비태세 확립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