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민선 9기 숙제는 '먹고사니즘'

파이낸셜뉴스
이창훈 전국부 기자
이창훈 전국부 기자

지난 1992년 미국 대선판을 흔들었던 '문제는 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지난달 치러진 202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이 격언은 고스란히 유효했다. 거대담론이나 화려한 정치적 구호는 매달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주거비와 생활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다. 표심을 결정한 것은 '먹고사니즘'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도시란 결국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의 총합이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선 9기' 역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글로벌 톱3 도시(G3) 입성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지만 이를 달성할 방안은 경제 활성화와 내집 마련, 청년들의 사회참여 등으로 채워져 있다. 오 시장은 취임사부터 '삶의 질 특별시'를 강조하며 정책의 일차적 도달점을 거대 인프라가 아닌 시민의 일상에 맞췄다. "약한 고리가 먼저 무너지는 K자형 양극화를 막겠다"는 말은 곧 '먹고사니즘'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민생을 우선적으로 살피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울 시민들이 체감하는 일상의 지반은 주거, 직장, 수입이라는 생존의 세 축에서 모두 흔들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는 고사하고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1~2인 가구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은 일찌감치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수입과 노동의 불안정성도 커졌다.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 등 고용불안정 계층은 늘어나는 반면, 고물가로 인해 실질소득은 뒷걸음쳤다. 직장인의 주머니가 닫히며 소상공인의 수입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이 굴러가는 중이다.

시는 올해 총 2조7906억원 규모의 '민생경제 활력 더보탬' 패키지를 가동하며 현금흐름과 안전망 보강에 나선 상태다. 첫 정례 간부회의의 핵심 의제로는 '야간경제 활성화 방안'을 택해 '달빛야장'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시의 밤을 새로운 소비 활력의 불씨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청년주택 4만9000호와 유휴부지 활용 2만5000호를 더해 총 7만4000호를 공급하는 '더드림집+'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

다만 체감 수준의 효과를 보는 것은 아직 숙제다. 상봉먹자골목의 한 상인 역시 "야장 단속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바로 믿기는 어려웠다"며 "상인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주고, 실제로 야장이 무리없이 돌아가는 것을 본 뒤 효과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이 각종 현장에서 강조한 '시민 체감 수준'이 실현될 때 수십년된 격언의 유행이 끝날 전망이다.

chlee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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