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은폐 의혹' 정몽규 첫 재판..."주식도 없는 모르는 회사" 주장
[파이낸셜뉴스] 친족회사 20여곳의 자료 제출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를 받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 회장 본인의 소유 주식이 전무한 회사를 지배회사로 보는 법리해석에 중대한 오류가 있고, 기업의 존재 유무도 제대로 알 수 없어 자료를 누락시킬 고의성도 생겨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이환기 판사는 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정 회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4회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친족 등이 지배하는 20개 회사를 고의로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6월 법원이 벌금 1억5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리자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한 정 회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주된 쟁점으로 삼은 부분은 공정위의 법리 해석이다.
변호인은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은 동일인(총수)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를 의미하는데, 공소장에 기재된 회사들은 피고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가 아니다"며 "대부분 이름조차 모르는 회사이고 완전히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정위는 동일인이 주식을 단 한 주도 갖지 않고 관련자만 보유한 경우까지 포함해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며 "이는 법령 문헌과 모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잘못된 법리"라고 주장했다.
자료 누락이 발생한 기업은 정 회장의 여동생 일가(SJG세종, 인트란스해운 계열 등) 및 외삼촌 일가(쿤스트할레 등)가 소유·지배하는 20개 법인으로 알려졌다. 이들 법인의 자산 총액 합계는 연간 1조원대에 달한다. 공정위는 비서진 등에서 관련 기업 검토 등의 인지 정황이 있고 누락 기간이 길어 충분히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HDC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최장 19년에 걸쳐 자료 허위 제출이 이어진 것으로 봤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으로서는 해당 회사들의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친족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해 자료를 제출할 의도도 없었을 뿐더러, 제출하려 해도 물리적으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며 "형사처벌에 필요한 고의성이 없었다"고 맞섰다.
향후 재판은 누락 기업들을 정 회장이 지배하는 기업 집단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리적 판단, 허위·누락 제출의 고의성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 측은 기업 내부 직원과 공정위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