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려 들어가나 싶은데 뿜어져 나오는 착시 [이현희의 '아트톡']
우고 론디노네 'Sun painting'
우고 론디노네의 회화 작품은 화려한 색감으로 시선을 이끌기도, 차분한 색감으로 낭만에 빠져들게도 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태양(sun) 시리즈와 매티턱(Mattituck) 시리즈는 형태와 표현에 있어 상반된 모습을 보이지만 자연 현상을 소재로 인간 내면의 성찰을 유도해내 감각적인 위로를 전하는 것은 동일하다.
매티턱 시리즈는 하늘과 바다, 그 경계인 수평선을 보여준다. 물든 듯 번지는 질감을 탁월하게 운용하여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오랜 연인이자 예술적 동반자가 떠나기 전까지 함께 바라본 일출과 월출을 담았다. 세 가지 색상만이 제한적으로 사용되지만 찰나의 순간이 불러일으키는 내면의 일렁임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시리즈이다.
매티턱 시리즈보다 선행된 태양 시리즈는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러 겹의 색상을 입은 동심원의 형상으로 표현된 태양은 매일 뜨고 지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의 순환을 의미한다. 초반에는 매티턱 시리즈처럼 물든 색상으로 표현되었으나 붓 대신 에어브러시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분위기를 달리한다.
캔버스 중심에 아주 작은 원을 하나 그린 뒤 그 주위를 에어브러시로 정교하게 한 겹씩 분사해 나가는데, 이 미세한 번짐 효과 때문에 우리의 눈은 초점을 잡으려 애쓰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화면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듯한 착시를 느낀다.
5년 전, 90㎝ 크기의 원형 캔버스에 제작된 이 작품은 푸른색이 중앙을 크게 차지하고 녹색과 노란색, 주황색을 차례로 둘러 나갔다. 색상의 변화에 따라 두께를 달리하여 배가 된 응축과 발산의 기운은 빨려 들어가거나 혹은 반대로 뿜어져 나오는 듯한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경험하게 한다.
또 다른 독특한 경험은 작품명에 있다. 독일어 단어가 쉼 없이 길게 붙여진 작품명을 찬찬히 띄어 읽어보면 '2021년 4월 28일'이다. 날짜를 숫자가 아닌 글자로 길게 늘려 쓴 방식에서 시간을 붙잡아 두고 기념하고자 하는 작가의 명상적 태도가 이어지며, 캔버스 뒷면에 일기처럼 자리한다.
이현희 서울옥션 아카이브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