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맥락까지 본 법원…김어준 판결로 그어진 '표현의 자유' 경계선
김어준 1심 유죄…벌금 2000만원 선고
'의견 표명' 꺾은 법원 "사실 적시 맞아"
말투·맥락 고려… 표현의 자유 한계 명확
檢·김어준 쌍방 항소, 공방 2심서 이어져
[파이낸셜뉴스] "당시 문제가 됐던 정치·사회적 상황을 논평하며 부적절한 취재 활동을 간략히 언급한 '의견 표명'에 그칠 뿐, '사실 적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14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반복적으로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방송인 김어준씨(58)가 재판 과정에서 줄기차게 내놓았던 방어 논리다.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특정 사안을 다루며 내뱉은 말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실의 적시'가 아닌, 방송인으로서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이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강경묵 판사)은 이 같은 김씨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가 김씨의 발언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사실 적시로 판단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라디오와 유튜브 등에서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말하라"고 종용하거나 협박했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라디오 방송과 유튜브에서 총 6차례 해,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적 분쟁에서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을 가르는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허위든 진실이든 관계없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 반면 단순한 의견 제시나 가치 판단, 비판 등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판부는 김씨의 발언이 단순한 평가나 주관적 감정 표현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가 실제로 그러한 대화를 나누며 협박했다는 구체적인 행위를 묘사하고 있다"며, 이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이자 증거에 의해 참과 거짓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즉, 협박했다는 주장은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행위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실체적 사실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법원은 김씨가 평소 존댓말로 방송하다가 이 전 기자의 발언을 언급할 때만 반말을 섞어 쓴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말투의 변화 때문에 청취자들은 단순한 해석이나 논평이 아니라, 이 전 기자의 말을 직접 전달하는 것으로 믿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표현 방식 자체도 사실 적시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취지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판결을 두고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한계를 분명히 한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방송 진행자의 발언이 단순 주장을 넘어 실체적 행위를 규정하는 순간, 법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사실 적시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법원 판례도 발언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통상적인 의미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에 따르면 어떤 표현이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 가능성, 발언 당시 상황과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표현상 의견이나 평가의 형식을 띠더라도, 핵심 내용이 거짓이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담고 있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인 표현 역시 전체적인 맥락상 사실을 암시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한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김씨가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방송인이라는 점, 그리고 그의 발언이 청취자들에게 실제 사실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는 점을 무겁게 판단했다. 김씨 측은 "맥락상 비판적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발언의 구체성과 파급 효과를 고려할 때 표현의 자유라는 한계를 벗어난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0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씨 역시 선고 하루 만인 지난 15일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양측 모두 항소하면서 이번 사건은 2심 재판부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