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호르무즈·홍해 '동시 봉쇄' 지정학 리스크 덮쳤다… 韓수출 '물류비 폭탄' 비상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 3월12일 인도 뭄바이항에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라이베리아 선적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선룽'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7.22. 뉴시스
지난 3월12일 인도 뭄바이항에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를 싣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라이베리아 선적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선룽'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 2026.07.22. 뉴시스

과거 해상운임 급등기와 현재 운임 비교
시기 SCFI 최고점 비고 특징
코로나19 이전 (2010~2019) 1,583.18 약 2배 높음 평시 평균 1000선 미만 유지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1월) 5,109.60 (역대 최고) 역대 최고치의 약 62% 수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및 선박 부족
홍해 물류 대란 (2024년) 3,734.00 2024년 고점의 약 85% 수준 예멘 반군 사태로 인한 희망봉 우회 장기화
현재 (2026년 7월) 3,184.82 - 글로벌 해운 성수기 진입 및 미-이란 전쟁 여파

[파이낸셜뉴스]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마비된 데 이어,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의 '홍해 전면 봉쇄'까지 겹치며 한국 수출길에 초비상이 걸렸다.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글로벌 해상 공급망이 다시 벼랑 끝에 몰리며 해상운임 폭등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전례 없는 지정학적 '겹악재'가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의 목줄을 죄면서, 국내 산업계가 유례없는 '물류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의 바로미터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7월 중순 기준 3184.82를 기록했다. 이는 물류 병목 현상이 극에 달했던 2024년 1차 홍해 대란 당시의 고점(3734) 턱밑까지 차오른 수치다. 코로나19 이전 평년 수준(1000선)과 비교하면 이미 3배 이상 폭등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망이 완전히 마비됐던 2022년 팬데믹 최고치(5109)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잿빛 전망마저 나온다.

해운사들의 셈법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이 복잡해졌다. 단기적인 운임 상승효과는 있으나, 실제 운영 측면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유럽 노선 선박들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경우, 왕복 운항 일수는 최소 2~3주 이상 늘어난다.

이는 곧 천문학적인 연료비 증가와 직결된다. 선박 스케줄이 꼬이면 빈 컨테이너 회수율도 급감한다. HMM 등 국적 선사들은 대체 선박 투입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선복량(적재 공간)은 제한적이어서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진짜 문제는 자동차, 가전, 배터리 등 물류비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들이다. 선복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공장 마당과 항만에 수출 대기 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적체 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을 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소비 성수기를 앞두고 하반기 밀어내기 물량이 집중되는 시점에 터진 악재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2주간 소강상태에 들었던 해상 운임이 다시 폭등하면,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LG전자는 2024년 역대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당시 LG전자 관계자는 "2024년 하반기 들어 예상치 못한 글로벌 해상운임 급등이나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재고 건전화 차원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발생하며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 역시 중동전쟁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 및 부품 수급 차질, 팰리세이드 리콜 사태, 내수 판매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현대차의 올해(1~5월) 국내 판매량은 25만 8481대로 전년 동기(29만 2836대) 대비 11.7% 감소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중동 화약고가 장기화되며 하반기 주요 수출 기업들의 영업이익에도 악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긴급 선복 지원 및 중소·중견기업 물류비 보전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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