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혀 계약금 날릴 판"…부동산토론회 앞두고 규제 완화 요구 쇄도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국민제안 창구에 대출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청년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부동산 관련 민심을 청취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 부처 수장들이 참석해 부동산 금융과 공급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토론회에 앞서 지난 14일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부동산토론회.kr'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21일 오후 기준 주택금융 분야에만 2000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으며 대부분이 대출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실거주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최근 은행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넘지 않기 위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심사를 강화하면서 계약금을 날리거나 입주를 포기할 처지에 놓였다는 사연도 잇따랐다.
원 모 씨는 '대출규제로 인한 계약 파기 및 계약금 몰취 위기'라는 글에서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잔금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계약 해지와 함께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계약금을 억울하게 몰취 당할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했다.
김 모 씨는 '청년 무주택 실수요자를 살려주세요. 대출 한도 축소 날벼락'이라는 글에서 "KB국민은행에서 대출 안정화를 위해 한도를 3억 원으로 축소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제발 대출을 원래대로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적었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이미 초과해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였고 다른 은행들도 신규 대출 취급을 막거나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제안 게시판에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실거주자에게는 대출 규제를 예외 적용해야 한다", "집단대출이 막혀 잔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잇따랐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부동산 금융정책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개최한 금융 분야 부동산 정책 토론회를 열고 △청년 등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 △전세대출 규제 방향 △이주비 대출 규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을 핵심 쟁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정책모기지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칫 주택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현행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전세대출과 이주비 대출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새로운 규제 수단으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여부도 논의됐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가 주택담보대출이나 다주택자 등에 부담금을 부과해 사실상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청년 실수요자 지원을 둘러싼 신중론도 제기됐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도 청년 주거복지는 대출규제 완화보다 공공임대와 특별공급 등 공급·재정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총량 규제는 단기적으로만 운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점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