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야인시대' 이정재 좇아 "근본 조폭" 자처…동대문파 40명 일망타진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동대문파와 연합 3개파 조직원 총 40명 검거
과거 노점상 갈취서 개인정보 매매·사기로 영역 확대
신규 조직원 합숙시키며 폭력·수사 회피 요령 교육
경찰, 해외 체류 조직원 2명 국제공조 추적

폭력범죄단체 조직원들이 2021년 8월 춘천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한 모습. 경찰은 이들이 조직 행사 등에 집단으로 참석하며 조직의 결속과 위세를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폭력범죄단체 조직원들이 2021년 8월 춘천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한 모습. 경찰은 이들이 조직 행사 등에 집단으로 참석하며 조직의 결속과 위세를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역 중고교에서 이른바 '짱'으로 불렸던 후배들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여 합숙시키고, 서울 도심에서 다른 폭력조직과 집단 패싸움을 벌인 조직폭력배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2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단체 구성·활동 등의 혐의로 폭력범죄단체 '동대문파' 조직원 21명과 연합관계인 3개 조직 소속 19명 등 총 4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행동대장 A씨(30대) 등 14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지역 중고교에서 싸움으로 이름을 알린 후배들에게 "우리는 이정재 회장부터 내려오는 근본 있는 조직"이라며 가입을 권유해 16명을 조직원으로 끌어들인 혐의를 받는다.

신규 조직원들은 서울과 인천의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선배에 대한 복종과 조직에 대한 충성, 수사 회피 요령 등을 교육받았다. 우호 조직 행사에서 도열해 위세를 과시하거나 다른 조직과 분쟁이 발생하면 즉시 출동하는 '비상 타격대' 역할도 맡았다.

동대문파는 지난해 3월 다른 폭력조직이 경찰에 검거되자 합숙소를 폐쇄하고 조직원들을 개별 거주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에게 가슴 한가운데 한자로 조직명을 새기도록 강요했으며,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폭행당해 어금니가 빠진 조직원도 있었다.

경찰이 공개한 폭력범죄단체 조직원들의 문신. 조직원들은 가슴 중앙에 한자로 조직명을 새기는 등 문신을 통해 소속과 결속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이 공개한 폭력범죄단체 조직원들의 문신. 조직원들은 가슴 중앙에 한자로 조직명을 새기는 등 문신을 통해 소속과 결속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제공

이들은 여러 차례 집단폭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2020년 12월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서 지역 폭력조직과 시비가 붙자 후배 4명을 불러 상대 조직원 10여명과 패싸움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월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식당에서 "왜 쳐다보느냐"는 시비가 붙자 동대문파와 연합 3개파 조직원 29명을 불러 모았다. 이로 인해 양측 약 50명이 대치하고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지난해 2월 논현동에서 동대문파 조직원들이 다른 조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을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올해 3월 조직원 14명과 관련 장소 16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거된 40명 가운데 동대문파 조직원 21명과 연합조직원 11명 등 32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나머지 8명에 대해서는 소속 조직의 단체성과 범행 가담 정도 등을 추가 수사하고 있다.

2022년 3월 폭력조직 행사장에서 조직원들이 선배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왼쪽). 2025년 8월 호텔 행사장에 줄지어 도열한 모습. 경찰은 조직원들이 우호 조직 행사에서 이른바 '병풍' 역할을 하며 세력을 과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2022년 3월 폭력조직 행사장에서 조직원들이 선배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왼쪽). 2025년 8월 호텔 행사장에 줄지어 도열한 모습. 경찰은 조직원들이 우호 조직 행사에서 이른바 '병풍' 역할을 하며 세력을 과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동대문파는 1996년 서울 동대문 일대 불량배들이 고 이정재의 '동대문사단'을 계승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조직이다. 경찰은 드라마 '야인시대' 등 대중문화에서 이정재가 미화돼 비친 이미지가 조직원들이 스스로를 '근본 있는 조직'으로 포장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동대문파 조직원들은 노점상 갈취와 불법 전기 대여, 재건축 이권 개입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았지만 조직 자체가 폭력범죄단체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압수·통신영장 221건을 집행하고 최근 2년간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과거 범죄와 최근 조직원들의 활동이 동일 조직의 계속적인 범행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동대문파 조직원 일부는 2013년께 중국 칭다오의 보이스피싱 합숙소와 국내 수거책·대포통장을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다른 조직과 개인정보를 매매하고 투자리딩방 사무실을 운영한 정황도 포착돼 경찰이 별도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해외 체류 중인 조직원 2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하고, 여권 행정제재와 국제공조를 통해 신병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 3월 31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경찰이 폭력범죄단체 조직원을 검거하는 모습(왼쪽)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모의 권총, 너클, 흉기, 야구방망이 등 물품. 서울경찰청 제공
지난 3월 31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경찰이 폭력범죄단체 조직원을 검거하는 모습(왼쪽)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모의 권총, 너클, 흉기, 야구방망이 등 물품. 서울경찰청 제공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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