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핵무장 도울까? 원자력 협정에 의혹 증폭
美, 사우디와 원자력 협정 체결...美 원전 설비·기술 수출 허가 협정 내용 타국과 다르다고 알려져, 핵개발 방지 장치 빠져 사우디에서 우라늄 농축 허용할 수도 이스라엘 이어 2번째 중동 핵무장 가능성 중동 판도 어려운 트럼프, 사우디 포섭용 카드 꺼냈나?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맹방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에 원자력 관련 수출을 허가하면서 중동에 두 번째 핵무장 국가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특히 이번에 맺은 협정에 핵 개발을 막을 안전장치가 빠졌다고 주장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이 "높은 수준의 핵 안전, 안보, 핵 비확산 기준을 유지한다"고 설명했으나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문을 미국 의회에 보낼 예정이며 의회는 90일 동안 이를 심사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외신들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협정이 다른 123 협정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123 협정에는 미국의 설비와 기술을 받는 국가에서 자국 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포기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를 보통 '골드 스탠더드'라고 부른다. 우라늄을 일정 수준 이상 농축하고,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각각 고농도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으며 둘 다 핵폭탄 재료다.
지난 2009년에 미국과 123 협정을 맺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경우 골드 스탠더드를 수용했다. UAE는 여기에 더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광범위한 사찰과 검증을 허용하는 추가 의정서에도 서명했다. 22일 외신들은 미국과 사우디의 협정에서 골드 스탠더드와 추가 의정서 모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조치는 향후 미국 의회의 협정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WSJ는 미국이 이번 협정에서 사우디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발전소 연료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AP통신은 협정의 유효기간이 30년이며, 양국 공동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 기업의 사우디 우라늄 농축시설 건설이 허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핵확산 위험으로 이어지는 협정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성명에서 루비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함께 비난하고 "무모한 만큼이나 위선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이란 핵무기를 막는다는 구실로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호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국가인 사우디가 핵무기 기술을 개발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의 중동 전략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는 1기 정부 재임 기간이었던 2020년에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주선하고, 이란에 맞서는 친미 벨트를 구축하려고 했다. 사우디는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핵무기 기술을 지적하며 자국 역시 우라늄 농축 등 핵 관련 기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천연가스(68%)와 석유(32%)에서 전기를 만드는 사우디의 발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 역시 그 뒤를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란전쟁으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이스라엘은 일단 공식적인 반발은 하지 않고 있다. 니르 바르카트 이스라엘 경제산업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들이 평화적 목적, 즉 에너지 수요를 위해 그것을 원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